일본 정부는 도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수가 5일 만에 2배 늘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폭증할 기미를 보이자 오는 7일 긴급사태를 선언할 방침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감염증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정부대책본부를 잇따라 소집하고 이르면 7일 코로나19 발발 이후 처음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할 계획이다. 도쿄와 오사카가1순위며 수도권과 고베시가 속한 효고현 등으로 대상지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미리 국민들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할 지' 설명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혼란을 막고 공공기관과 기업이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총리가 특정 지역에 대해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들의 외출제한을 요청하고, 학교·영화관 등 사람이 몰리는 시설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또 긴급의료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토지와 건물을 강제수용할 수 있고, 식품과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을 우선 매입할 수 있다.
다만 외출 및 시설 이용을 강제로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같은 도시봉쇄(록다운)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이케 유리케 도쿄 도지사는 지난 3일 "긴급사태선언 이후에도 식료품과 의약품 판매, 철도 등 대중교통 운행, 은행 등 금융서비스와 기업의 기본적인 영업활동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긴급사태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던 일본 정부가 방침을 바꾼 건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날 도쿄 143명 등 전국적으로 360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일본 전체 감염자수는 4570명으로 늘었다. 확진자의 60~70%는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앞으로도 감염자수가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의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접촉을 80% 줄이는 조치를 내놓으면 30일 뒤 1일 감염자수가 1200명 정도에 그쳐 코로나19가 수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접촉을 20% 줄이는 조치로는 4900명,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6100명의 감염자가 매일 발생해 환자수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