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관 생활을 하면서 현지 정보가 없어 사기를 당하는 우리 중소기업을 수없이 봤습니다. 해외 현지 외사(外事) 경험을 살려 현지 사정에 어두운 기업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합니다.”
31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지킴랩(GCCMLAB·글로벌기업위기관리연구소)을 세운 이문국 대표(57·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의 법 제도와 문화적 특성을 알지 못해 낭패를 보는 기업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경찰대 2기로 1986년 경찰 생활을 시작했으며, 태국 대사관 주재관, 경기 남양주경찰서장, 서울 광진경찰서장 등을 거쳐 2016년 말 퇴직했다. 퇴직 후 2년간 아산시청 감사위원장으로 일한 그는 “33년 공직 생활 중 태국 대사관 주재관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5~2008년 태국 현지에서 근무했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는데 공무원으로서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지인의 사기에 말려 전 재산을 잃은 국내 기업도 있었는데, 국가기관인 대사관이 민사소송에 개입하면 책임 소재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도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지킴랩 설립에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현지 파트너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조회하고,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보는 기업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골프장 임대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현장에 가 보면 페이퍼컴퍼니인 사례도 있다”며 “공개된 공적 정보를 찾아보면 되는데도 여전히 이런 피해가 많다”고 했다.
지킴랩에는 이주민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경찰대 1기), 이상철 전 대전지방경찰청장(경찰대 2기), 박화진 전 경북지방경찰청장(경찰대 2기) 등 해외 주재 경험이 있는 퇴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함께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교수나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들도 힘을 보탰다. 기업·경제분야 사건·사고 경험과 국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이 대표는 “국민이 없었다면 해외 주재원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에게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마음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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