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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의 신성장론]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로 성장 재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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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벌어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체제경쟁은 결국 누가 더 빨리 성장하는지의 경쟁 즉, ‘경제성장률 경쟁’이었다. 70년에 걸친 성장률 경쟁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를 거둔 결정적 무기는 ‘사적 재산권 보장’에 있었다. 이는 재산권 보호가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의미한다. 한국도 물적자본과 모방형 인적자본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했기에 국민들이 이를 축적함으로써 고도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모방형 인적자본은 지식 암기를 통해 머릿속에 ‘체화’한 것이 그 가치의 본질이다. 이 때문에 타인이 훔쳐가는 것이 불가능해 재산권이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모방형 인적자본을 대체해야 할 창조형 인적자본의 생산물인 창의적 아이디어는 ‘콜럼버스의 달걀’같이 그 가치의 원천인 독창성을 쉽게 도둑맞을 수 있다. 달걀을 어떻게 하면 세로로 새울 수 있는지에 대한 콜럼버스의 아이디어를 들은 사람은 누구나 이를 훔쳐서 자기가 처음 생각해낸 아이디어인 것처럼 얘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모방형 인적자본과 달리 그 재산권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 사회는 창의적 아이디어 생산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주는 아이디어 재산권 보장 시스템이 너무나 취약하다. 특허법, 저작권법 등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 개인이 100만달러짜리 아이디어를 냈다고 해도 보상은커녕 인정도 못 받고 도둑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회를 이끄는 기업과 지도자들부터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표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식사회를 이끄는 전문가들까지도 남의 아이디어를 인용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말하는 풍토도 만연해 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킬 새로운 아이디어 풀(pool)은 고인 물처럼 썩어가고 기술 진보는 정체돼 결국 경제 성장이 퇴보해 왔다.

또 한 번의 경제 성장을 위해 지금이라도 ‘모든 종류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 보장을 뒷받침해 줄 경제·사회 제도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먼저 특허화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독창적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정부가 그 원작자의 이름을 붙여주고 명예와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산시스템을 통해 등록된 아이디어들을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직접 구매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아이디어 공적 구매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24조원인 정부 R&D 예산의 4%만 써도 1년에 10만 개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1000만원씩 보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등록된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아이디어 시장’을 조성하고, 이 시장을 통해 정부가 구매한 아이디어를 기업에 판매해 구매비용은 정부가 회수하고 초과수익은 아이디어의 원작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가 최종 수요자일 수밖에 없는 정부 정책 분야의 등록 아이디어를 정부가 채택해 국가에 커다란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공적 이익의 일정 부분을 아이디어 원작자에게 돌려주는 ‘정책 아이디어 이익 환급제’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라는 정책 아이디어를 필자가 등록하고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면 정부가 그 증가분의 가령 1만 분의 1 정도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또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표절하는 행위는 아이디어 도둑질을 넘어 나라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끼치는 반(反)사회적 행위임을 전 국민이 인식하도록 하는 ‘아이디어 문화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아이디어 절도 방지법’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과 함께(본지 3월 27일자 A33면 ‘대전환을 위한 경제정책’ 참조) 이런 경제·사회 제도의 변혁이 이뤄져, 전 국민이 아이디어 창출에 동참하는 국민적 운동이 촉발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수많은 국민 사이에서 분출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경제성장률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이 깨지고, 고도성장으로의 재도약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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