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석유공사(IOC)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산유국에 대해 원유 수입 계약을 연기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같은 조치가 잇따를 경우 사우디의 원유 증산분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갈 데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석유공사(IOC)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발 원유 수입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통제할 수 없는 사유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수 없고, 그러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IOC는 사우디 등에 이달 원유 선적분 일부를 연기하도록 요구했다”며 “UAE의 경우엔 이를 따라줄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우디와 이라크 등은 아직 답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IO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여파로 자국 내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계약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국 내 대부분 사업장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주요 시·군간 이동도 봉쇄했다.
이에 따라 운송·공업용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다른 인도 에너지기업들도 수입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망갈로르 정유·석유화학회사는 모든 기존 거래 산유국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인도 에너지기업 힌두스탄 페트롤리움사도 이라크산 원유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같은 조치가 다른 나라에도 번질 경우 세계 원유 수요는 더욱 급감할 전망이다. 에너지 정보 서비스업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사우디가 원유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증산 경쟁에 나섰지만 글로벌 원유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유가가 아무리 싸도 원유 증산분이 갈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불가항력 선언은 법률적 검토에 따라 거절당할 수도 있다. 통상 무역 거래에서 불가항력이 성립하려면 물리적으로 화물 인도가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 등을 입증해야 해서다. 앞서 지난달 중국의 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업체는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 불가항력에 따른 계약 취소를 선언했다가 거절당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