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과 체결한 통화스와프에 이어 달러 조달 채널을 또 개설한다. Fed에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달러를 공급받는다. 한은은 수백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한은 달러 조달 창구 또 개설
Fed는 31일 긴급성명을 통해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구를 통해 각국의 RP를 매입하는 형태로 각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할 예정이다. RP 매입은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Fed에 담보로 맡기면 Fed는 한은 등 중앙은행에 달러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현재 1211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담보로 할 경우 한은은 수백억달러가량을 조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신흥국이 주요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만큼 조달시장에 적잖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각국 중앙은행이 최근 달러 유동성을 조달하기 위해 미 국채를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며 “미 국채를 매각하면서 미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어 이 같은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RP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19일 Fed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그 후속 조치로 31일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외화대출 입찰을 벌여 낙찰된 금액인 87억2000만달러를 Fed로부터 인출해 들여와 2일 금융회사에 대출해 주기로 했다. 외화대출은 7일과 84일 만기로 나눠서 내줄 예정이다. 한은은 국내 은행·기업 외화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추가 입찰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외화대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은행법에서 규정한 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이다. 한은은 달러를 시중에 고루 분배하기 위해 금융회사별로 응찰금액을 만기별로 3억달러(7일 만기 대출), 15억달러(84일 만기 대출)로 결정했다. 한은은 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먼저 활용한 뒤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임시 레포기구에 RP를 매각하는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Fed가 설립한 임시 레포기구에 RP를 매각하면 높은 이자비용을 치러야 하는 만큼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통화스와프 자금을 먼저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안정 찾을까
한·미 통화스와프에 이어 Fed의 레포기구를 통해 달러를 조달하면서 금융시장에 퍼진 불안심리 일부를 걷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됐지만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원화가치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2008년 통화스와프 체결 때처럼 원화가치가 장기적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오름세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30일 통화스와프 체결일에 전날보다 무려 177원 떨어진 125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20여 일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원 내린 달러당 1217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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