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추경을 통해 기존 사업 예산을 깎아 코로나지원금에 붓고 부족분은 적자국채를 찍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슈퍼 예산’(512조3000억원)과 1차 추경(11조7000억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새로 나랏빚을 내겠다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지원금으로 투입되는 재원은 총 9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중앙 정부가 7조1000억원을, 지방이 2조원을 부담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 정부 부담분은 추경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행이 어려워진 예산을 최대한 깎아 마련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적자국채를 찍어 메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예산을 삭감할 대표적인 분야로 국방·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 등을 들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지출 다이어트’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시간 내에 국회 심의까지 통과한 예산 사업 중 불필요한 부분을 가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기조에 따라 이미 집행된 예산이 지난 2월 말 기준 108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SOC사업 등 중간에 예산을 끊기 어려운 사업이 많아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정부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수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 재원을 충당하게 되면 급격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1차 추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찍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1.2%)은 사상 최초로 40%를 넘어서게 된다. 2014~2018년 34~36% 수준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이 같은 재정건전성 악화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급격히 훼손된 재정건전성이 경상수지 둔화 등 대외건전성 악화와 맞물려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정부·기업의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추가 훼손→원·달러 환율 상승→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적자국채 발행 급증으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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