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의 안전망을 새로 구축하고 생존 조건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하는 방식도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23일과 24일 잇따라 연 경영현안 점검회의와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점검하고 업종과 관계사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24일 회의에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주)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요 SK그룹 관계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틀 연속으로 열린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경영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SK그룹이 짜놓은 안전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다시 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회사별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어 “어려운 시기에 소외되는 조직 또는 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모든 관계사가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안전망은 SK그룹이 벌이는 사업 방식과 근무형태, 사회공헌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고 SK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예컨대 사업 측면에서의 위기 대응뿐 아니라 인천 SK무의연수원 등을 국내 입국자용 임시생활시설로 제공한 것처럼 고객과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원과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가 앞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관계사 CEO들에게 그룹의 생존 조건을 확보하는 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하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영 환경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현재 위기로 급락한 주가와 자산가치를 회복할 해법을 찾아달라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재택근무 확산 등을 계기로 새로운 근무 환경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업무 특성상 현장을 지켜야 하는 SK그룹 직원들이야말로 그룹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며 “자료 축적과 연구를 계속해서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업무 환경)’으로 정착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업무 환경 변화에 대해 말하면서 재택근무로 생활의 변화를 겪는 워킹맘과 한 달째 재택근무 중인 자신의 사례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회의 마지막에는 “우리에게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DNA가 있으므로 희망과 패기를 갖고 맞선다면 오늘의 시련은 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CEO들을 격려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