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해야 한다”고 언급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부랴부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야구와 축구, 농구 등의 프로리그 운영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어 올해 도쿄올림픽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사견을 전제로 “관객 없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도쿄올림픽 개최를 1년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아베 총리가 올림픽경기장 사진을 보여줬던 일까지 언급하며 “굉장히 멋진 시설인데 관객을 들일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연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올림픽 개최 여부는 “아베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해왔지만 기류가 180도 바뀐 것이다.
13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아베 총리는 서둘러 트럼프 대통령과 50분간 전화회담을 하며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전화회담에서 올림픽 개최를 위한 노력에 관해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의 투명성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회담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많은 옵션이 있다!”며 연기를 권고한 기존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5월 말께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의 상황도 만만치 않은 와중에 각국이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국력의 대부분을 쏟고 있어 올해 올림픽은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올림픽 정상 개최를 강조하고 나섰다. 스가 관방장관은 “예정대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IOC, 대회 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준비를 착실하게 할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도 “IOC도, 대회 조직위원회도 연기나 취소는 일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들었다. 관중 없이 개최하거나 관중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선수와 관객에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정상 개최 의지를 드러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