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서울 압구정 미성 2차에 전용 74㎡가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직전 거래가보다 1억5000만원이나 급락한 가격이었다. 매도자들은 거짓 소문이라며 21억원에서 호가를 낮추지 않았다. 매수자들은 19억5000만원 이상 더 지급할 수 없다며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며칠 후 실거래가가 실제로 19억5000만원에 공개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종전의 절반인 30일로 단축되면서 현장에서 주택거래에 대한 루머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는 뜬소문에 왜곡됐던 시장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다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압구정동의 J공인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로 실거래가 뜨면서 호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다소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실거래가가 계속 갱신되며 호가도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0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같은 달 22일과 26일엔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거래가 되자마자 실거래가에 등록이 됐고 호가는 지난달 2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차츰 조정되고 있다.
온라인상의 뜬소문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네이버카페, 오픈카톡방 등에선 특정 단지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신고가 루머’가 만연했으나 이젠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2월 성동구 금호현대 전용 59㎡가 7억원에 거래됐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다른 가격의 실거래가 떠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단축되면서 시장변수들이 왜곡 없이 시장에 바로 반영되게 하는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거래가 급감하고 당분간 이런 효과가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월 6202건, 3월 522건(12일 기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13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억원 초과 주택 매입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은 자금 조달과 관련한 증빙서류까지 내도록 하는 조치가 시작된다. 광진구의 K공인 관계자는 “30일 신고 단축은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신고도 되고 호가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거래절벽’ 상황에선 일부 단지 말고는 별 효과를 못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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