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부 지방을 비롯한 전역에 주민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동금지 조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모든 문화·공공시설이 폐쇄되고, 집회 및 스포츠 경기도 전면 금지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출장이나 가정 내 비상사태에 국한해 외부 이동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 이동을 금지하는 레드존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이다. 북부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 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마르케 등 4개 주 14개 지역을 신규 레드존으로 지정한 지 하루만이다.
이번 행정조치는 화요일인 10일부터 즉시 시작된다. 효력은 내달 3일까지다. 이번 조치에 따라 6000만여명의 모든 이탈리아 주민들은 가족을 만나거나 업무 또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제외하곤 거주지역을 떠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경찰에 체포돼 최고 3개월간 구금되거나 206유로(약 2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국의 모든 문화·공공시설도 폐쇄되며, 집회도 전면 금지된다.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도 중단하기로 했다. 음식점 등은 영업은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콘테 총리는 “우리 모두가 이탈리아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며 “본인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은 정부의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 머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9172명이다. 전날 대비 1797명 증가했다. 전날 기록한 하루 최대 증가폭(1492명)을 경신했다. 사흘 연속 1000명대 증가세다. 전 세계에서 중국(8만9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의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는 7478명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97명 늘어난 463명이다. 누적 사망자도 중국(3123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현지 언론들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3.0%로 세계에서 일본(2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이탈리아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