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인가?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고 50bp(0.5%포인트, 1bp=0.01%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정작 국제 금융시장은 극단적인 패닉에 빠졌다. ‘충격과 공포’는 본래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압도적 화력(‘충격’)으로 적군의 사기를 무너뜨리고자(‘공포’) 동원된 작전명이다. Fed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가공할 전염병에 맞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시장이 그 충격에 공포로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Fed의 금리인하가 오히려 ‘패닉 버튼’을 눌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모르는 그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사태 확산 방식이나 그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도 불확실해 경제나 시장 주체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Fed의 과감한 대응은 되레 그런 공포를 더 자극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본질적으로 금융위기가 아니라 보건위기다. 검역이나 방역,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소통 등과 같은 긴급 보건 조치, 나아가 피해 지원이 최우선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그 다음이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생산 차질, 또 격리나 지역 봉쇄 등의 거시경제적 영향은 당장에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번 사태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아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아직은 그저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미래의 리스크를 현재화하는 데 탁월한 금융시장의 불안은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Fed의 공세적 대응, 또 주요 7개국(G7) 등 국제사회의 거시정책 공조는 이 때문이다. 보건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제 더 큰 폭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선물시장에 따르면 오는 15~16일 Fed의 공식회의에서 50bp, 나아가 4월 회의에서도 25bp 이상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이토카인은 바이러스 침입 시 몸에서 분비되는 면역물질이다. 이 물질이 과잉 분비되면서 오히려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를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젊은이들의 심각한 피해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Fed의 금리인하도 이런 면역물질의 조기 과잉 분비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 대가는 ‘자기실현적 위기’가 될 수 있다.
금리인하는 흔히 ‘대형 망치’와 비교된다. 특히 수요 부진이나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때 대출 증대나 자금조달 비용 인하, 또 대형 금융기관 안정화 등을 통해 광범위한 효력을 미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기본적으로 공급 충격이다. 대면접촉 기피, 심리 위축, 소득 상실 등의 충격에 수요 부양이나 자금비용 인하가 해법이 되기는 힘들다. 전염병 확산에 놀란 가슴을 다스리기는커녕 심장발작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의문도 크다.
Fed에 이어 호주, 캐나다 등 국제적 차원의 연이은 금리인하에 한국은행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여 일 전만 해도 한은은 금리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ed발 충격과 공포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만간 한은도 적극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얼마나 우리 경제를 보살필 수 있을지, 동시에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잠재 리스크를 더 키우지나 않을지, 세심한 고민과 관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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