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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샌드위치 등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밤에 폐기한다. 백화점 식품관은 퇴근 무렵인 오후 6시부터 베이커리, 초밥 등을 30~40% 싸게 판다.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 되는 음식 등은 편의점과 백화점의 고민거리였다.

최근 반값에라도 팔겠다는 판매자와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50~90%가량 싸게 팔아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도 주목한 임박상품 시장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점 본점 식품관은 지난 1일부터 마감세일을 하는 품목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식품관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어떤 상품을 싸게 파는지 알 수 있다. 스타트업 ‘미로’가 2018년 12월 출시한 모바일 앱 ‘라스트오더’를 도입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라스트오더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 위치 주변의 외식 매장, 식자재 가게, 편의점 등의 할인정보를 제공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는 상품을 선결제한 뒤 매장 식사와 방문 포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1일부터 라스트오더를 도입했다. 전국 1만여 개 점포 중 8000여 곳이 라스트오더를 활용한다. 폐기 직전의 도시락 등을 반값에 살 수 있다. 도입 한 달여 만에 누적 5만4000여 건의 판매가 이뤄졌다.

오경석 미로 대표는 “세븐일레븐을 포함해 1만5000여 곳 매장이 라스트오더와 제휴했다”며 “올 상반기 중 롯데백화점의 다른 점포와 GS25, CU 등 다른 편의점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스트오더에 가입한 식당 등은 월 3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백화점과 편의점은 6~10%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미로는 지난해 9월 환경부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저감에 기여한 공로로 ‘친환경 사회적 기업’ 지정을 받았다.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 중시

온라인에서는 대형마트가 받지 않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떠리몰’이 대표적이다. 유통기한이 3개월 이하로 짧게 남은 먹거리를 50~90%가량 싸게 판매한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도 판매한다. 신상돈 떠리몰 대표는 “불경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경기가 어렵다보니 소비가 둔화되고 식품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식품 시장에서만 연 1조원이 넘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자, 사탕, 초콜릿 등 당류 제품을 주로 파는 달달몰, 흠집이 나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B급 식자재를 판매하는 이유몰 등도 비슷한 형태다.

‘킹콩프레시마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다 팔지 못한 식료품을 받아와 유통한다. 유통기한이 ‘오늘’로 끝나는 냉동식품, 우유 1L 등의 제품을 1000원에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식자재 마트다. 대형 e커머스도 가세했다. 11번가, G마켓, 위메프 등은 별도의 유통기한 임박 전문몰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덴마크의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가 대표적이다. 유럽 12개국에서 4만여 곳의 베이커리, 슈퍼마켓, 식당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본에는 2018년 시작한 레듀스 고(Reduce GO), 미국은 뉴욕과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푸드 포 올(Food for All)이 있다.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의 차이를 아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마지막 날짜다. 마트 등에서 제품을 팔아도 되는 날짜의 기준이 된다. 반면 건강상 섭취해서는 안 되는 실제 마지노선은 ‘소비기한’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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