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가 발원지인 중국을 추월하는 등 확산세가 무서워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80곳이 넘는 나라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입국한 우리 국민을 강제 격리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지방에서 정부 관리들이 ‘여기는 한국인 집’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교민 거주 주택에 붙이고 있을 정도다.
국민들은 현장에서 치료와 방역에 고생하는 의료진, 공무원 등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면서도 ‘정부의 부재(不在)’를 절감하며 좌절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실책도 여럿 있지만,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확진자까지 나오는 것은 충격적이다. 발원지 중국 우한에서는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자 임시병원을 급조했는데, 우리는 4000명이 넘어선 시점에도 임시병동 건립을 논의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마스크 대란’ 상황과 의료진에게 방역복 대신 가운을 입으라는 의료당국의 지시에서 보듯이 비상사태인 게 분명한데도, 아무런 비상계획 없이 상황이 터진 뒤에야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종식시킨다 하더라도 그동안 우리 경제가 받은 충격을 딛고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방식을 보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제로(0) 성장’을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은 우리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이미 20% 이상 줄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중국 현지 판매실적이 반토막 났다.
기업들의 해외사업도 속속 중단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하노이 연구개발(R&D)센터의 기공식도 취소됐다. 기업들은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를 넘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자체가 평가절하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달 28일까지 발표한 1·2차 대책에서는 절박함을 느낄 수 없다. 부처별로 가용 가능한 대책을 총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방역비는 5%에 불과하고, 총 20조원 규모의 대책 중 절반이 금융지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소득공제 확대, 개별소비세 인하, 소비쿠폰 지급 등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자발적인 ‘사회적 격리’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대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경제 운영의 근본틀을 확 바꿔야 한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2018년은 ‘고용참사’가 발생했다. 2019년 취업자 증가는 세금으로 만든 60세 이상 단기 일자리에 의존했는데 제조업과 40대 일자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해 민간투자는 21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7년 16.5%에서 작년엔 -8.1%로 떨어져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노조 존중’을 지양하고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고용노동부는 업무량이 폭증하면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주 52시간제 시행규칙을 바꿨다. 주 52시간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양대 노총의 행태를 보면 문 정부가 노조 존중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노동 개혁에 성공해야 기업의 투자도, 일자리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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