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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추경이라며…아동수당에 '40만원 쿠폰' 얹어준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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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수급자들이 지역사랑상품권을 3만원어치 사면 공짜로 2만원을 얹어주는 게 어떨까요.”(기획재정부 관계자) “너무 복잡합니다. 경기부양 효과도 크지 않을 것 같고….”(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 기재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을 보고받은 전해철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더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결국 회의 종료 후 당·정·청은 만 7세 미만 아동(236만 명)을 둔 아동수당 수급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월 10만원짜리 상품권을 4개월 동안 주기로 결론냈다. 이번 추경에 대해 “방역 시스템을 보강하고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데 그쳐야 하는데 ‘총선용 현금살포’를 은근슬쩍 끼워넣었다”(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방역·소상공인·대구에 목돈 투입

‘코로나19 추경’의 규모는 11조7000억원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때보다 1000억원 많다. 여기에 정부가 앞서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세출확대 3조원+조세감면 1조7000억원)을 더하면 전체 재정 투입액은 15조8000억원(조세감면 중복 6000억원 제외)으로 불어난다. 공공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지원액은 31조6000억원이다.


추경으로 마련한 재원 중 8조5000억원은 코로나19 대응사업에,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세입경정에 쓴다. 세입경정이란 당초 예상한 세입추계가 안 맞아 다시 짜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경기둔화 여파로 올해 법인세·종합소득세수 등이 2조5000억원 줄어들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등 새로운 세금감면 정책으로 7000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국세수입을 3조2000억원 낮춰잡고 이를 적자 국채로 메우기로 한 것이다.

사업예산은 (1)방역체계 보강 2조3000억원 (2)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2조4000억원 (3)민생·고용안정 지원 3조원 (4)대구·경북 등 지역경제 회복 지원 8000억원 등 4개 분야로 설계됐다. (1), (2), (4)번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코로나19 대책으로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1)번에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당장 손해를 보고 있는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2)번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긴급경영자금 대출과 연 이율 1.48%짜리 초저금리 대출을 각각 2조원 확대하는 방안이 들어갔다. (4)번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역 중소기업과 상인들을 돕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은근슬쩍 들어간 ‘선심성 예산’

논란이 되는 대목은 (3)번이다. 저소득층·아동·노인 등 500만 명에게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상품권 2조원어치를 뿌리는 정책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 189만 명에게 월 17만~22만원(2인 가구 기준)씩 8506억원을 풀고,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보수도 22% 올려준다. 만 0~7세 아동(263만 명)을 기르는 가구도 아동 1인당 월 10만원씩, 40만원어치 ‘공짜 상품권’을 받는다. 각각의 요건에만 맞으면 상품권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으로 지적받는 대목이다. 특히 아동수당이 그렇다. 아동수당은 소득에 관계없이 만 0~7세 아이를 기르는 가정에 무조건 현금을 준다는 점에서 출산율 제고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재정만 낭비하는 ‘퍼주기 복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연소득이 수억~수십억원인 사람도 받는다. 이런 아동수당 제도를 뜯어고쳐야 할 판에 오히려 돈을 더 얹어주기로 한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도 휴교로 자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건 똑같은데 아동수당 혜택을 받고 있는 가정만 콕 집어 1조원을 더 주는 건 코로나19 대책으로 부적절한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살포 시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소비쿠폰을 뿌리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한쪽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호소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상품권 줄 테니 전통시장 등에 가서 쓰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국민에게 건네는 꼴”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우섭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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