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 환자가 100명대로 줄었고 사망자는 지난주부터 두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리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시기는 올 4월 말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省)·시·자치구에서 8만15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94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25명, 사망자는 31명 각각 늘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전국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발병지인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14명과 3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우한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111명, 24명을 각각 기록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11명에 머물렀다.
수도 베이징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한두 명에 그치면서 이번주부터 거리를 오가는 차량과 시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마트와 음식점을 찾는 사람도 20~30% 증가한 모습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르면 이달 중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과 전문가들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장보리 톈진중의약대 총장은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후베이성을 빼더라도 다른 지역 주민들은 4월 말이 지나서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호흡기 질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되더라도 4월 말 정도가 돼야 코로나19를 기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월 말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9만~1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그때까지 현재 수준의 방역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한에서 시행 중인 봉쇄식 관리를 해제하면 후베이성 지역은 3월 중순~4월 말 제2 절정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시 정부는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시민들의 일상생활 재개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밀도가 높은 기업에는 당분간 출근 비율을 50%가 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식당에도 가급적 이달 중순까지는 영업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여전히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상당수 기업도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식당의 절반가량은 춘제(설) 연휴 때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문을 연 음식점도 대부분 매장 내 영업은 하지 않고 포장과 배달서비스만 제공한다. 네 명 이상 한 식탁에 앉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가장 먼저 경보를 발령했던 저장성은 공중위생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1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저장성에서 9일째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저장성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던 지난달 23일 중국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1단계 경보를 발령한 뒤 이를 유지해왔다. 저장성에 앞서 쓰촨성과 간쑤성, 윈난성, 광둥성, 구이저우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이 차례로 공중위생 경보 수준을 내렸다.
우한에선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우한에 있는 16개 임시병원 가운데 차우커우구 임시병원이 문을 닫았다. 우한 당국은 “다른 임시병원에서도 기준에 따라 매일 50~100명가량이 퇴원하고 있다”며 이달 중 문을 닫는 임시병원이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