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6장을 5560원에 구매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공적 물량 마스크입니다. 공적 물량(매일 500만장 수준)은 전국 읍면 우체국(서울·경기 제외), 농협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행복한백화점, 명품마루 등), 약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마스크를 구매한 하나로마트는 매일 오후 2시부터 판매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저도 '재택근무조'에 포함이 돼 있기 때문에 집 근처인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서강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제(2일)도 1시30분쯤 나가서 구매하려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포기하고 왔습니다.
서서울농협서강점은 어제는 216명(1인당 5매=1080장)에게, 오늘은 160명(1인당 6매=960장)에게 마스크를 판매했습니다. 원래 1인당 5매로 구매 제한을 했는데, 오늘은 3장짜리가 한 묶음이어서 6장을 공급한 것이죠. 기다리던 분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서서울농협서강점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공급 물량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그럼 구매 성공기입니다.
3일 오전 11시. 오늘부터 번호표를 준다는 홈페이지 공지에 혹시나 미리 한번 나가봤습니다. 번호표 주는 공간은 안 보이고, 동네 주민 3~4명 정도가 하나로마트 1층 정문 앞에 서 계시더군요. 무려 3시간 전에 나오신 겁니다.
저는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수는 없을 거 같아 일단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11시40분이 조금 넘었습니다. 벌써 40여 명이 줄을 서 계시더군요. 이때만 해도 정확한 오늘의 물량을 알 수 없었던 상태였기에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오후 2시까지 기다려야 했기에 중간중간 인터넷을 보면서 일도 했습니다.
12시30분쯤 되니 이미 100명은 훌쩍 넘은 거 같습니다. 판매 개시 1시간 30분 전에 사실상 마감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군데군데 사소한 말다툼도 조금씩 들립니다. "왜 끼느냐", "아니다, 화장실 다녀온 거다" 이런 얘기들로 들렸습니다.
1시쯤 되니 200명 넘게 줄을 섰습니다. 이제는 정말 마감이 된 거죠. 농협에서 직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점장님께서 직접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오늘은 마스크 3장짜리 두 묶음 드릴 겁니다. 5560원이고요." 다른 직원들은 손 소독제를 들고 와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 줬습니다. (훈훈하더군요. ^^)
"여러분~ 가족들 오셔도 끼워 주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뒷사람들이 못 받습니다." 직원들이 이런 얘기들도 하더군요. (지당한 말씀!)
앗. 방송사 카메라를 들고 온 기자들도 보입니다. 조금 뒤에는 또 다른 언론사에서 온 사진기자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저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농협 직원들은 이제 소독약까지 뿌려 줍니다. 제가 지나가는 점장님께 물어봤습니다. "오늘은 몇 명분 공급하시나요?" "160명분요" 역시 공지대로였습니다.
1시10분쯤 되니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45번. 매우 안심 되는 번호입니다. 번호표를 받아든 사람들은 앞뒤 사람에게 얘기하고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습니다.
1시45분쯤. 이제 15분 남았습니다. 사람들도 대화가 많아지고, 조금씩 웃기 시작합니다. 언론사 취재진들도 좀더 바빠진 모양새입니다.
드디어 2시. 판매를 시작하자 빠른 속도로 줄이 빠집니다. 묻지도 않고 무조건 1인당 6매씩입니다. 카드나 현금 결제 모두 가능합니다. 저는 2시4분 정도에 구매했습니다. 마스크를 들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쳐다보니 어색하더군요. 어쨌든 '성공'했습니다. 마스크 6장에 5560원. 요즘 시중가로는 1~2장이나 구매할까 말까 하는 금액이네요.
사실, 오늘 2시간가량을 기다리면서 조금 뭉클해진 장면도 있었습니다. 농협 직원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소독약을 뿌려주고, 공급 물량과 인원 등을 설명해주는 장면들.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사람들이 마스크 구매 시간이 다가오자 웃음을 보이던 장면들. 사람들이 구매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이명걸 점장님(제가 명찰을 봤습니다 ^^)의 성실한 모습.
맘속으로 '정말 정치하시는 분들,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시민들은 이런 것에 감동하고, 또 때로는 분노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하루 빨리 마스크 공급 물량이 늘어나 어디서나 손쉽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게 궁극적 해결책이겠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 다시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