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잠정 중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란은 40년 가까이 한 번도 빠짐없이 열려온 금요 대예배를 취소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란과의 국경을 잇따라 봉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7일 메카와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마스지드 알나바위)를 방문하려는 외국인 입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이 정기 순례 기간이 아닐 때 사우디의 성지를 방문하려면 받아야 하는 ‘움라 비자’ 발급을 중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발급한 움라 비자는 약 220만 건이었다.
사우디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지만 인근 중동 국가에서 코로나19가 퍼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이날까지 34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이란은 확진자가 전날보다 106명 늘어난 245명이 됐다. 이란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6명으로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다.
사이디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국영 IRNA통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일부 도시에서 이번주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며 “지도부가 이를 최종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와중에도 쉬지 않았던 금요 대예배가 취소되는 것은 이란이 신정일치 국가가 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란과의 교류를 끊고 있다. 대부분 확진자가 이란을 다녀간 뒤 발병했기 때문이다. 터키와 파키스탄은 이란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교통편 운행을 중단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이란 내 자국민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사우디는 자국민의 이란 방문과 이란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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