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를 피한 인천, 대전, 경기 화성에 집값 과열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이 서울 강남 아파트에 규제를 집중하자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으로 과열 양상이 번졌고, 이후 2·20 대책에서 이들 지역을 규제하자 인천 등이 급등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규제 풍선효과가 바이러스처럼 국지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 상승률 1%대 돌파27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비규제지역인 인천 연수구, 화성, 대전 서구가 이번주(2월 24일 기준) 1%대 주간 상승률에 진입했다. 대전 집값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세종은 지난주 1.41%에서 이번주 1.52%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주간 상승률이 1%라는 것은 100개 표본 아파트가 전주 대비 1% 올랐거나 이 중 10개 아파트가 10%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번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0.01%인 것과 비교하면 인천 연수구, 화성, 대전 서구, 세종은 100배 이상의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주간 상승률 1%라는 것은 단순 계산하면 1년에 집값이 52% 오르는 것과 같다”며 “비정상적인 과열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윤 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0.1% 상승률도 무시할 수 없다”며 “1% 주간 상승률은 과열의 전조 현상”이라고 말했다.
수원 권선구와 영통구는 올해 들어 1%대 주간 상승률을 나타낸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조정지역으로 묶이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수원 권선구와 영통구는 조정지역에 묶이기 직전 주간(2월 10일 기준) 수도권 사상 최고 상승률인 2.54%, 2.24%를 기록했다.
인천 과열…수원 ‘데자뷔’인천의 과열 양상은 수원의 전철을 밟고 있다. 다른 지역 투자자들이 유입되며 실거주자 매수세를 자극한 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인천에서 외지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월 2480건에서, 12월 3167건으로 늘더니 지난달 5457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도 8730건에서 1만8841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천의 외지인 투자 비중은 28.96%로 전국 평균(23.24%)을 훨씬 웃돈다.
인천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8월 16일 이후 28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는 0.4% 오르며 전주(0.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신규 분양 기대가 큰 송도를 중심으로 가격이 뜀박질한 연수구의 주간 상승률은 지난주 0.66%에서 이번주 1.06%로 급등했다.
송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다음달 ‘송도 힐스테이트 더스카이’를 비롯해 ‘F19블록 더샵’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3차’가 상반기에 분양을 앞두고 있다. 송도지역 P공인 대표는 “작년 9월 이후 외지인 매수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가 12·16 규제 이후 급증했다”며 “수원이 조정지역으로 묶이면서 인천으로 투자 열기가 빠르게 옮겨왔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는 직주근접성과 교육환경이 좋은 둔산 갈마·월평동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며 주간 상승률이 지난주 0.7%에서 1.2%로 뛰었다. 화성시(1.07%)는 동탄신도시와 개발 호재(GTX-A)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했다.
조정지역으로 묶인 수원은 전주 1.81%에서 1.56%로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의왕은 0.38%에서 0.51%로 커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조사기간이 지난 18~24일이라 20일 조정지역 지정의 영향이 일부만 반영되면서 상승폭 둔화세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는 잠실의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호가가 상승했으나 관망세 매수 문의가 감소하며 6주 연속 하락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