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1일(03: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증권사들의 신용도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금과 과징금 손실, 평판 악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해당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어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일제히 증권사의 신용도를 집중 점검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증권사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직간접적인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과 과징금, 투자손실로 인해 증권사의 단기적인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기적으로는 감독기관의 제재와 자산관리 시장 위축으로 사업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사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내 위상과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이에 상응하는 책임감과 내부통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와 리스크 관리를 갖추지 못한 증권사의 신용등급은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환매가 중단된 자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을 포함한 12곳이다. 이 중 개인투자자에 대한 판매 현황(지난해 말 기준)을 보면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이 600억원 이상 펀드를 판매했다. 증권사 판매 기준 총 8533억원 중 4164억원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라임자산운용 관련 연간 창출 이익 대비 배상금액이 크고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평판 저하 등으로 사업 기반이 약화하는 증권사에 대해선 현재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로 조달과 운용 구조의 만기 불일치를 꼽았다. 비유동성 장기 자산에 투자하면서 개방형 혹은 단기 폐쇄형 펀드로 투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지속적인 펀드 가입과 증권사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환매 요청에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TRS 계약 증권사의 내부 한도 관리로 인해 대출 가능한 금액이 감소하게 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의미다. 펀드의 구조적 문제 외에 공모 행위도 의심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배상금 비율이 높게 설정될 경우 판매 규모가 큰 증권사의 올해 영업실적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이익 규모 대비 판매 규모가 큰 신영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검사 진행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꼽았다. 대체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 인력이나 시스템 발전 속도는 시장의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충분한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지 않은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금융사고를 야기한다고 봤다. 특히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확대 유인이 커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없다면 금융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중에선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A+로 가장 높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가 AA 신용등급을 갖고 있으며, 키움증권과 대신증권·메리츠종금증권·신영증권이 AA-를 갖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A+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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