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작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시 차량 2부제’에 대해 공무원들이 집단 성토하고 나섰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틀에 한 번 꼴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죠. 차량 2부제가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게 공무원들의 내부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현재 전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차량 2부제에 동참해야 합니다. 공공부문 2부제는 작년 12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처음 상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죠. 정부가 작년 11월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대응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습니다. 겨울 및 봄철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는 만큼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차량 운행을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이 커졌습니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규제는 최근 상황을 반영해 일부 풀리기도 했습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11일부터 공항·공공의료·감시·방역 등 일부 부문에 한해 2부제 시행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지난 21일엔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광역시 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했구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던 직원들까지 새로 차량을 (각 직장에) 등록하려는 시도가 많다”며 “빨리 차량 2부제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이 직권으로 차량 2부제 해제를 선언하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환경부의 해제 결정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죠.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24일부터 차량 2부제를 자체 해제하기로 결정하고 어제 긴급 공지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인 전국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도 모두 해당하는 조치입니다. 시한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입니다. 연구회 관계자는 “미세먼지보다 코로나19가 훨씬 위험한 것 아니냐. 직원 안전을 위해 기관장이 직권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부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서둘러 2부제를 해제했습니다. 부천시 관계자는 “타 시도와 달리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위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해왔는데,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접어들면서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실제 발생해도 차량 2부제 시행을 강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이 워낙 높기 때문이죠. 환경부의 ‘미세먼지 재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오르면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차량에 대해서도 강제적인 2부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심각’ 경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두 시간 이상 400㎍ 이상 지속되고 다음날도 200㎍을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차량 2부제는 처음부터 예외 차량이 너무 많았던데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엉터리 전시행정이었다”며 “환경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전면 해제를 선언하지 못하고 미적대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공공부문 차량 2부제’는 강제 사항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각 기관장이 알아서 해제 등 조치해도 무방했다는 겁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2부제는 사실 법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각 기관이 미세먼지 대응에 솔선수범하면 좋겠다는 내용의 자발적인 대응이었다”며 “다만 2부제를 없애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만큼 환경부 차원에서 전면 해제를 선언해야 할 지 고심 중”이라고 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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