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서울에 구축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후끈 달아오른 경쟁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서울 리전을 열었다고 19일 발표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국가나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지역(리전·reg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구글은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서울은 인도 뭄바이와 일본 도쿄 등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덟 번째 리전이 됐다. 릭 하시먼 구글 클라우드 아·태지역 총괄은 “한국은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에 강점을 지닌 탄탄한 제조업과 거대한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세계 선두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디지털 강국”이라고 한국 시장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국내 기업은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성 인식 서비스 ‘빅스비’에 구글 클라우드를 적용하고 있다. 하시먼 총괄은 “GCP 서울 리전 개설은 구글 클라우드가 한국 고객을 더욱 긴밀하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를 통해 고객이 직면하는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가세로 한국 시장을 두고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절대 강자’는 AWS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AWS의 한국 시장 점유율(2018년 인프라형 클라우드 시장 기준)은 51%에 달한다. MS의 공세도 거세졌다. 서울과 부산에 두 곳의 리전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부산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라클도 지난해 6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커지는 한국 시장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3427억원에서 2022년 3조7238억원으로 3년 새 58.9%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등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 게임사들은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면서 데이터 이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도 커졌다. 지난달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다.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데이터센터 건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 업체가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공공 클라우드사업을 수주하려면 한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둬야 한다.
국내 업체들은 방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 춘천에 이어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게임 분야 클라우드에 주력했던 NHN은 금융과 쇼핑 등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T 등 국내 통신사들은 주로 금융과 공공기관 관련 클라우드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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