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와인 가격이 올해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와인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포도 생산은 늘어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사 실리콘밸리뱅크의 와인 담당인 롭 맥밀런 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올해 미국인들은 20년 만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포도 재배가 풍작인 상황이 와인 가격을 내리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나파밸리 등 캘리포니아 주요 포도 산지의 농부들이 2016년 와인용 포도 경작지를 대폭 늘렸는데, 올해부터 그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제프 비터 미국 포도재배자연합 대표는 “2015년까지 세계 와인 수요가 급증하며 미국에서 한때 포도밭 개발 붐이 일었는데 이제 역풍이 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는 와인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주류 소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와인보다 칵테일 등을 선호하는 영향이 크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와인 소비 증가율은 25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산 와인 가격 하락은 세계 와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가 세계 각 지역의 고급 와인 가치를 종합해 발표하는 리벡스(LIV-EX)50 지수는 최근 6개월 새 6%가량 빠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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