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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시진핑과 리셴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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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이후 처음 베이징의 한 병원을 방문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첫 환자가 발생한 뒤 두 달 동안 시 주석이 주로 한 일은 내부 단속과 언론 검열, 감시 강화, 정보 은폐 등 권위주의적인 통제였다. 그는 “전염병 통제법을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그의 현장 방문을 전후해 후베이성과 인근 지역 보건 관료 340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 외신들은 “우한시 당국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시 주석을 비롯한 중앙정부 지도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며 “시 주석 집권 후 무리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와 정보 통제체제를 강화함으로써 감염병 확산을 막지 못하는 구조적 참사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인터넷 감시망을 통해 영미권과 홍콩·대만 언론, 해외 포털·소셜미디어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이 괴담 유포죄로 처벌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봉쇄된 우한에 들어가 실상을 알리던 시민기자까지 행방불명되자 정보 통제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투명한 정보 공개로 감염병 공포를 잠재운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 총리는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자 영상 담화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며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정부가 접근법을 바꾸고 그 모든 단계를 지금처럼 계속 알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담화는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세계보건기구 간부들은 “국민들이 리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보의 투명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47명이지만 총리가 매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혼란을 줄여 ‘모범 국가’로 꼽히고 있다.

시 주석과 리 총리는 각각 67세, 68세로 나이가 비슷하고 아버지(시중쉰 전 부총리, 리콴유 전 총리)의 후광을 입은 ‘금수저’다. 그러나 리더십은 대조적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7년째 ‘폐쇄 사회의 통제자’로 불리고, 리 총리는 2004년부터 16년째 국정을 이끌면서도 ‘신(新)국부(國父) 총리’로 호평받고 있다. 이들의 차이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이 정보 소통 방식이다. 이는 감염병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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