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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동대문 성공신화' 포에버21 결국 매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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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인 성공 신화를 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포에버21이 미국 업체에 매각된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 탓에 지난해 9월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 지 5개월여 만이다. 재미 동포 부부가 창업한 이 회사는 한때 연매출이 44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매각 가격은 8100만달러(약 960억원)에 불과하다. 포에버21이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사세 확장이다.

36년 만에 막 내리는 아메리칸 드림

포에버21은 SPA로 대표되는 ‘패스트패션’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는 큰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 명품 브랜드 의류를 빠르게 리메이크해 저가에 판매하다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법원이 포에버21의 매각을 최종 승인하는 판결을 곧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연방 파산법원의 케빈 그로스 판사는 전날 포에버21의 매각을 논의하는 공청회에서 승인 의사를 밝혔다.

인수자는 포에버21에 가장 많은 매장을 임대한 미국 부동산관리업체 사이먼프로퍼티그룹 컨소시엄이다. 이 컨소시엄은 지난 2일 공개입찰을 통해 포에버21과 자회사들을 81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포에버21은 설립 36년 만에 창업주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장씨 부부는 1981년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 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포에버21의 전신인 옷가게 ‘패션21’을 열었다. 이후 포에버21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세계 57개국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열 정도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매출이 44억달러로 불어났다. 장씨 부부는 ‘한인 이민자 신화’로 불렸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1년 장씨 부부를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올리고 2016년에는 표지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5년 기준 이들 부부의 자산 합계는 59억달러(약 7조원)였다.

그러나 포에버21은 지난해 9월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추락했다. 당시 자회사를 포함한 포에버21의 부채는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에버21은 2018년 7400만달러(약 872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에버21은 뒤늦게 캐나다 일본 등 40개 국가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 내 178개를 포함해 350개 점포를 닫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변화 간과한 무리한 확장이 독

포에버21의 몰락은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한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유통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행을 좇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 구매를 의미하는 ‘슬로패션 운동’까지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에버21은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키우는 악수를 뒀다. 2010년 480개에 그쳤던 세계 포에버21 매장은 2014년 600개에 이어 지난해엔 815개까지 늘었다. 장씨 부부의 장녀인 린다 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6년도 안 되는 기간에 7개국에서 47개국으로 뻗어 갔는데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닥쳤다”고 했다. 마크 코언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에버21은 확장에 집중한 나머지 구매력이 약한 패션몰에 너무 많은 매장을 냈다”고 지적했다.

포에버21의 초창기 성공을 도와준 동대문식 ‘패스트 팔로어’ 전략도 결국에는 발목을 잡았다. 명품 브랜드 옷을 빠르게 베껴 저가에 내놓는 전략 때문에 미국에서 표절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파산보호 신청 직전 미국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미지와 비디오를 허가 없이 사용했다”며 포에버21에 1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표절 논란이 일면서 한때 포에버21에 열광하던 젊은 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포에버21의 파산은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쇼핑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포에버21은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매출에만 집중했다. 포에버21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전체의 16% 수준에 그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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