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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무주택자도 소용없다"…다주택·다자녀에 가점 밀리는 싱글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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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35)는 얼마 전 새로 문을 연 ‘청약홈’ 홈페이지에서 청약가점 자동계산 시스템을 이용하다 깜짝 놀랐다. 무주택인 자신보다 3주택자인 직장 동료 이 대리(35)의 가점이 더 높아서다. 미혼으로 혼자 살고 있는 김 대리의 가점은 무주택 기간 12점 등을 합친 23점이다. 하지만 자녀 둘이 있는 이 대리는 부양가족수가 3명이나 돼 다주택 상태인 데도 26점으로 나타났다. 현행 가점제도가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가중치를 높게 두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청약통장을 일찌감치 가입하고 전세를 전전했지만 현실적으로 청약으로 집을 사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약가점, 무주택자<다주택자 될 수도

새 아파트 청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첨 여부를 가르는 가점 계산 방식이 경우에 따라선 무주택자보다 다주택자 등 유주택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현행 가점제가 도입된 건 2008년이다. 총 84점을 만점으로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숫자를 따진다. 무주택기간(32점)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이 오른다. 청약통장(17점)은 가입 직후 2점이 되고 이후 1년마다 1점씩 가산된다. 부양가족은 총 35점으로 비중와 가중치 모두 가장 높다. 본인을 기본으로 포함한 뒤(+5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1명마다 5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서 만 35세인 김 대리의 무주택기간 점수는 12점이다. 독신이기 때문에 본인만 포함한 부양가족 점수는 5점, 2016년 1월 만든 청약통장 점수는 6점으로 총 23점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같은 시기 청약통장을 만든 동갑내기 이 대리는 다주택자인데도 가점이 훨씬 높다. 무주택 가점은 0점이지만 배우자와 아이 둘까지 더한 부양가족 점수가 20점이 돼서다. 총 26점으로 김 대리보다 3점 높다. 내집 마련이 시급한 이들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청약제도가 오히려 김 대리 같은 무주택자들의 당첨 가능성을 낮추는 셈이다.


청약 경쟁에선 1~2점 차이가 당락을 가른다. 이 때문에 가점이 낮은 20~30대 신혼부부는 아예 특별공급 물량을 노린다. 그러나 이마저도 김 대리 같은 1인 가구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근 배우자와 사별한 한 60대 청약자는 “평생을 무주택으로 살았지만 자녀들은 출가하고 아내는 세상을 떠나 부양가족 점수가 5점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선택도 아닌 문제로 새 아파트 당첨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를 부양가족으로 보지 않는 등 가점 계산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급유형 다변화 해야”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선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다주택자의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하게 막아뒀기 때문이다. 다만 1주택자의 경우엔 기존주택 매각을 조건으로 청약이 가능하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보다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가 우선 당첨될 수 있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의 전용면적 85㎡(국민주택규모) 이하 아파트는 모두 가점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조정대상지역의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가점제 비율은 75%다.

비(非)규제지역에선 다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부양가족이 많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 경우 30~40점대 가점도 가능하다. 다만 이들 지역은 중·소형 면적대의 가점제 비율이 40%에 불과해 저가점자라도 추첨으로 당첨을 노릴 수 있다.

과거엔 다주택자의 가점을 깎는 방식으로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줬다. 예컨대 2주택자라면 10점, 3주택자라면 15점을 감점하는 식이다. 다주택자는 무주택기간 가점이 없는 데다 감점까지 당해 사실상 가점으로 당첨될 가능성이 낮았던 셈이다. 그러나 주택수 산정을 세대 기준으로 하다 보니 노무보 봉양 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2014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주택공급 방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줄세우기 식의 가점제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뿐더러 그렇다고 10년 이상 유지된 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들 경우엔 더 큰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작은 물량이라도 다양한 상황에 맞게 배정해 최대한 많은 유형의 수요자들이 혜택을 입도록 해야 한다”며 “투기과열지구에서 100%까지 확대된 중·소형 주택형 가점제 비중을 줄이고 추첨제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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