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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사진에 '메이킹 포토'까지…찰나 미학, 회화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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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예술사진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록성에 머물렀던 전통적 사진(스트레이트 포토)에 더해 현대인의 생각을 표현한 ‘만든 사진(making photo)’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40대 영상 디지털 세대가 경제주체로 떠올라 사진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는 데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름 화단을 장식했던 사진전이 최근 계절 구분 없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겨울에도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에릭 요한슨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브와 한국 작가 이정진, 이정록, 정연두 등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기록 중심의 전통 사진은 물론 첨단기법으로 재구성한 ‘만든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 등 다양하다. 일부 작품은 짙은 회화성으로 그림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에릭 요한슨의 초현실주의 사진

스웨덴 출신 작가 요한슨의 ‘만든 사진전’은 지난 18일 경기 분당 성남큐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에릭슨은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보다 정교한 기획 아래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이미지를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상상력과 세심한 표현으로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는 대형 작품을 비롯해 사진 촬영 스케치, 소품 등 50여 점이 걸렸다.

파르치코브는 서울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 근작들을 풀어놓았다. 파르치코브는 러시아 국립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사진, 영상, 설치를 이용한 독특한 시각의 작업을 해왔다. 2013년 칸딘스키상을 수상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파리 퐁피두센터 등 유명 미술관의 초대를 받으며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도한 정보의 홍수에 반응하는 현대인을 포착한 ‘버닝 뉴스’, 베니스에 열광한 관광객을 잡아낸 ‘비현실적 베니수(Unreal Venice)’, 비디오 영상 ‘눈사람’ 등을 걸었다.

이정진의 수묵화 같은 미국 서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이정진 씨의 개인전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 마련됐다.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한 이씨는 미국 서부 대자연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왔다. ‘보이스(Voice)’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광활한 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한지에 인화한 흑백 사진 ‘오프닝(Opening)’ 시리즈 25점을 내보인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고요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은 인적 드문 자연에서 마주한 찰나의 내적 감정과 울림을 전한다.

‘신비한 나무사진’으로 유명한 이정록 씨는 사진전문 화랑 갤러리나우에 초대된다. 다음달 14일 시작하는 개인전은 갤러리나우가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전을 기념하는 첫 전시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대 영상예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씨는 이번 전시에 지난해 7~9월 ‘동토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내보인다. 아이슬란드의 빙하를 비롯해 폭포, 호수, 바다, 계곡, 돌산 위로 흘러넘치는 빛의 유희를 렌즈로 포착한 작품 30여 점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정연두의 꿈을 찾는 ‘내사랑 지니’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전시공간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는 다음달 29일까지 김옥선, 정연두 작가 2인전 ‘이곳에서, 저 멀리’를 연다. 새해를 맞아 다양한 관객이 ‘꿈’을 생각해보길 바라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김씨는 한국에서 일상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다룬 ‘함일의 배’와 제주 야자수를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빛나는 것들’ 시리즈를 걸었다. 정씨는 2001년부터 세계 14개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꿈을 물어보고 그 꿈을 사진으로 촬영한 디지털 영상 ‘내사랑 지니’를 보여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마크 리부 등 전통 사진의 대가 40명이 파리의 역동적인 흐름을 순간순간 포착한 작품 400여 점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다음달 9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히 찍는 것만으로 현대인의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인터넷을 이용한 영화·TV·게임 등의 콘텐츠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최근 사진예술은 회화적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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