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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로커들·떼창하는 2030, '퀸'이기에 가능한 '더 쇼 머스트 고 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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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가 생전 내놓은 마지막 앨범의 동명 수록곡 '이누엔도(Innuendo)'의 웅장한 도입부가 흘러 나오자 무대 중앙부에 설치된 왕관이 막처럼 올랐다. 그 안의 빨간 장막이 걷히자 '전설' 퀸이 모습을 드러냈다.

퀸(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과 가수 아담 램버트는 지난 18, 19일 양일 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25 퀸'을 개최했다. 이는 지난 2014년 8월 개최된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에 헤드라이너로 첫 내한한 이후 약 5년 5개월 만이자, 단독으로는 첫 공연이었다.

18일에 이어 19일 역시 공연은 9분 가량 지연 시작했지만, 기다림의 시간까지도 설렘으로 바꾼 관객들이었다. 준비해 온 왕관을 쓴 채 즐거워하는가 하면, 입장용 BGM에도 호응으로 반응하며 '전설의 귀환'을 기분 좋게 기다렸다. 곧 라이트 아웃이 되고, 경쾌한 드럼 스틱 소리가 들려오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퀸은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를 시작으로 '세븐 시즈 오브 라이(Seven Seas Of Rhye)', '킵 유어셀프 어라이브(Keep Yourself Alive)', '해머 투 폴(Hammer To Fall)'까지 연달아 소화하며 강한 전율을 이끌어냈다. 로저 테일러는 드럼이 부서질 듯 힘찬 연주를 선보였고, 브라이언 메이는 기타를 들고 무대 전면을 뛰어다니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백발을 제외하면 무대 위 이들의 모습에서 70대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아담 램버트와 놀라운 호흡을 자랑했다. 귓가를 때리는 고음을 자유자재로 내뱉는 아담 램버트와 현란한 손짓으로 기타 위를 유영하는 듯한 브라이언 메이, 두 사람은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쉼 없이 어깨를 맞대고 눈빛을 주고 받았다. 35살의 나이차를 느끼기 어려운 환상의 퍼포먼스가 2시간 내내 펼쳐졌다.

아담 램버트는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 퀸에 영입돼 무려 10여년 간 함께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에도 프레디 머큐리의 자리를 그가 대신했다. 단, 아담 램버트는 모방 대신 자신만의 색깔로 퀸에 녹아드는 방법을 택했다. 시원시원한 보컬에 아담 램버트만의 재치 넘치는 무대 매너가 때로는 감탄을, 때로는 웃음을 유도했다.

'킬러 퀸(Killer QUEEN)'을 부를 땐 빨간 부채를 펼쳐 들고 요염한 몸짓으로 환호를 이끌어냈고, '바이시클 레이스(Bicycle Race)' 무대에서는 오토바이 위에 누워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잠시 소환하기도 했다.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은 그야말로 아담 램버트의 매력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그는 요염한 듯 애교 넘치는 엉덩이 춤을 가미해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궜다.



"우린 한국을 사랑합니다. 나는 한국을 사랑해요. 서울! 서울!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하나요? 저도 그래요."(아담 램버트)


"So Tonight Let's you and me celebrate Freddie together!
(오늘밤 우리 모두 프레디를 찬양합시다!)"


아담 램버트의 힘찬 외침과 함께 다시금 전설의 세상이 펼쳐졌다. '돈트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에 이어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휴대전화 조명에 스티커를 붙여 형형색색 아름다운 무지개빛 물결을 만들어냈다. 공연장 가득 '쿵쿵' 울리는 로저 테일러의 드럼 소리에 맞춰 아담 램버트와 관객들이 "썸바디 투 러브"를 주고 받으며 진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브라이언 메이는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아름다운 객석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스크린을 통해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브라이언 메이가 통기타를 들고 나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부르던 중,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지며 마치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른 듯한 효과가 연출된 것. 영상 속 프레디는 메이와 손짓을 주고 받아 당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브라이언 메이의 목소리, 통기타, 관객들의 떼창, 여기에 프레디 머큐리까지. 사랑을 노래하던 브라이언 메이는 벅찬 감정을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뷰티풀" 등의 말을 한국어로 내뱉었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솔로 무대도 펼쳐졌다. 로저 테일러는 거칠고 파워풀한 보컬로 '아임 인 러브 위드 마이 카(I'm In Love With My Car)'를 소화했고, 우주물리학 박사인 브라이언 메이는 우주를 구현한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무대에서 기타 솔로를 선보였다. 특히 브라이언 메이는 "아주 오래 전에 작곡한 노래가 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서울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느낌이다. 너무나 놀랍고 굉장하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려 감동을 더했다.


공연 말미에 이르러서는 퀸과 관객이 더 깊이 하나가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라디오 가가(Radio GA GA)'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노래에 맞춰 박수가 터져 나왔고,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무대에서는 2만3000여 명 관객들의 떼창이 고척 하늘을 수놓았다.

앙코르를 앞두고는 프레디 머큐리가 다시 등장했다. 1986년 영국 런던 라이브 공연 영상 속 프레디 머큐리는 2020년 현재의 한국 관객들과 '에~오~'를 주고받았다. 이어 퀸은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을 불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으로 4050세대는 물론 2030세대에게도 전설의 록스타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퀸. 실제로 이날 공연장에는 젊은 관객층이 주를 이뤘다. 부모와 동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백발의 노장 록커들과 함께 떼창하는 우리들. "더 쇼 머스트 고 온!" 이 시대의 살아있는 전설, 퀸이기에 가능한 진풍경이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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