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의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록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해 온 박영수 특검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적극적 뇌물'을 제공했다는 강력한 방증"이라며 증거 채택을 요청해왔다.
재판부는 또 삼성 측이 제출한 '준법경영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 양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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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의혹, 증거 채택 안해", 특검 주장 힘 빠질 듯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4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에선 개별 현안을 특정하거나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며 "승계작업 일환인 구체적 현안을 각각 따지는 재판이 아니므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그 재판의 증거까지 채택해 심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를 조작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또 이를 증거로 요청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상으로 '뇌물'을 준 것이란 논리구조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공정성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이 재판의 쟁점이 아니다"라면서 "공소사실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으므로 적법한 양형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삼성바이오 사건 증거를 채택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이 부회장 측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는 손경식 CJ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으나 손 회장 측은 "일본 출장 때문에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에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손 회장은 이 부회장과 박영수 특검 쌍방이 신청한 증인이다.
손 회장은 2018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은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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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심리위원 두고 삼성 준법경영 점검하겠다"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준법감시위의 권한과 관련한 준법경영안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가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으면 뇌물 공여를 할 것인지,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해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점검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범죄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면서 "오늘 피고인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국민에 대해 약속을 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방법으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겠다. 독립적인 제3의 전문가를 지정해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3명의 위원으로 위원단을 꾸릴 계획이며 위원 중 하나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강 전 헌법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 재판관을 지낸 인물이다.
특검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특검은 "재벌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하다"며 "재벌체제 혁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준법감시제도 하나만으로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 14일로 지정하고, 그때까지 관련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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