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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만 켜면 주문·결제 '끝'…금융권 언택트 소비와 콘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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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 있는 편의점 GS25 을지스마트점엔 점원이 없다. 다른 무인점포와도 차이점이 있다. 무인점포는 보통 소비자가 직접 전용 단말기로 상품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곳엔 바코드를 인식하는 기계도 없다. 입구에 차단기가 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GS25 을지스마트점은 비씨카드 ‘페이북’ 앱(응용프로그램)이 있는 소비자만 이용할 수 있는 무인편의점이다. 페이북 앱으로 차단기에 QR코드를 인식하고 매장으로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매장을 나오는 순간 들고나온 상품들의 결제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언택트 소비는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기존에는 키오스크나 식권 자판기 등을 통한 서비스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금융사의 간편결제 앱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직원과 직접 마주치는 것을 원치 않는 2030세대의 성향과 유통사의 인건비 절감 요구(needs)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금융·유통사의 합종연횡

언택트 소비 관련 서비스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포문을 열었다. NHN페이코는 지난해 8월 ‘페이코오더’ 서비스를 출시했다. 페이코 앱만 있으면 매장 테이블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앱을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미리 주문·결제를 마치고 매장에 도착하면 바로 음료를 가져갈 수 있어 일부 사내 카페에서는 최대 40%의 주문이 페이코오더로 이뤄지기도 한다.

핀테크 분야에 진출한 국내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도 속속 언택트 결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본사 인근의 식당과 카페에서 ‘테이블주문’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손쉽게 결제가 가능하다. 가맹점주가 추천메뉴와 인기메뉴 등을 추가할 수 있게 해 가맹점주의 편의성도 높였다. 카카오는 100여 개의 카페 위주로 ‘챗봇(채팅 로봇) 주문’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카카오톡 앱에서 매장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하면 챗봇을 통해 메뉴를 볼 수 있다.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언택트 소비 트렌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사와 금융사 간 전략적 제휴 사례도 늘고 있다. SSG페이(신세계아이앤씨)와 비씨카드는 각각 신세계, GS리테일과 제휴해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접목한 무인편의점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른바 한국판 ‘아마존고’ 매장이다. 소비자는 매장에 들어갈 때 앱으로 QR코드만 인식한 뒤 원하는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매장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소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진열대의 센서는 무게 변화를 인식한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편의점 CU, 세븐일레븐과 손잡았다. 첨단 기술을 앞세웠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신한카드는 서울 을지로 본사 내 식당·카페·편의점에서 ‘페이스페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단말기에 얼굴을 인식시키면 결제가 완료된다. 낮에는 점원이 상주하고 밤에는 무인편의점으로 변모하는 90여 개의 CU ‘하이브리드 매장’에서는 신한카드 ‘페이판’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서울 남창동 롯데카드 본사에 있는 무인편의점에서 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인 ‘핸드페이’를 선보이고 있다. 한번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해놓기만 하면 간편하게 손바닥만 올려도 결제가 된다. 두 카드사는 생체인식을 활용해 무인편의점의 보안 취약성을 보완했다.

식당·카페·편의점 등 무인 매장 확대

금융사의 언택트 서비스는 2030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2030세대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점원과 마주하지 않고 언택트 소비를 즐기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젊은 층의 ‘귀차니즘 소비’를 꼽았다. 언택트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게 하는 잠금(lock-in) 효과도 있다.

유통사들도 언택트 소비를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사의 간편결제 앱을 활용하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금융사 앱을 활용하는 게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블랙 컨슈머에게 대처하는 등의 각종 고객 응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유통사와의 제휴를 통해 빅데이터 마케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찬홍 신한카드 그룹장은 “무인 결제와 생체인증 등 미래 결제 기술로 빅데이터 협업이 수월해지고 있다”며 “각종 간편결제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금융뿐 아니라 유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언택트 소비

간편결제 앱 활용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없는 소비 패턴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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