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조국백서' 제작을 위해 지난 8일 후원을 시작한 뒤 나흘 만에 제작비 3억 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조차 지나치게 많은 돈을 모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적극 옹호해온 공지영 작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백서 발간하는데 무슨 3억이 필요? 그냥 만들어 책으로 팔면 될텐데 또 모금?"이라며 "이 조국백서라는 책은 돈 받아 만들고 만든 후 수익은 누가? 진보팔이 장사라는 비난이 일어나는 거 해명해주시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글에서 "일반적으로 출판사가 1000부 기준으로 투자하는 비용이 약 1000만 원"이라며 "3억이면 30종류의 책을 총 3만부 찍음"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3일 "세뇌된 대중은 등쳐먹기가 쉽다"면서 "치매노인에게 변기 뚫어주고 청구서에 1억이라 적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김민웅 조국백서추진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2억 원이 목표였는데 법률자문을 받아보니 법적 소송의 여지가 있어 예비비까지 더해 3억 원을 모금했다"며 "(남는 돈은)공익적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진보진영에선 공익적인 목적으로 모금을 할 때마다 잡음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故장자연 증언자로 나선 배우 윤지오 씨는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증언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만든다며 후원금을 모아왔다. 윤 씨가 모금한 전체 후원금은 1억 5000만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윤 씨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장자연 사건에 대한 증언을 했으나 이후 거짓말 논란이 불거져 후원금 반환 소송을 당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도 내분에 휩싸인 바 있다. 운동본부는 출범 후 첫 사업으로 이른바 '플랜다스의 계'를 추진해 3주 만에 150억 원을 모금했으나 이사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운동본부는 최태민,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재벌 등의 부정재산을 환수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운동본부는 플랜다스의 계를 통해 돈을 모아 다스 주식을 구입하고 다스 실소유주를 규명하고자 했다.
상법에 따르면 3%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는 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함께 회계장부 열람, 회사의 업무·재산상태 검사를 위한 검사신청 청구권 등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회는 다스 주식을 매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칫 구입한 주식의 가치가 폭락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운동본부는 모금한 돈을 반환하거나 다른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