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대 1 액면분할을 앞두고 주가가 250만원을 막 돌파한 2018년 4월 25일. 시장에선 “대형 증권사 서울 강남 지점에서 한 ‘슈퍼개미’가 삼성전자에 2000억원을 ‘몰빵’해 8만 주를 사들였다”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됐다.
미래에셋대우 창구를 통해 이날 개인 순매수액(3940억원)의 절반 이상이 거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소문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슈퍼개미는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주인 삼성전자가 장기간 꾸준히 상승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 △액면분할 후 주가가 4만~5만원대로 낮아지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해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5월 4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이 슈퍼개미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거래 재개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2.07% 하락 마감했다.
2019년 1월 4일에는 액면분할 후 최저가(3만7450원)로 추락했다. 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에 비해 29.34% 떨어졌다. 투자 원금 대비 580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의 요인으로 1년 내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지난해 이 슈퍼개미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강남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들은 “이 고액자산가가 2018~2019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면서도 꿋꿋이 삼성전자를 들고 있었고, 투자 비중을 거의 줄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았다.
PB들의 전언대로 이 슈퍼개미가 지금까지 투자 원금을 전액 유지하고 있다면 투자 수익은 364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주식영업 담당 임원은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결정한 2018년 1월 말 이후 상당수 증권사가 일선 PB센터를 통해 고액자산가들에게 삼성전자 매수를 권했다”며 “2000억원어치를 사들인 슈퍼개미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4조6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치동에 있는 한 증권사 PB센터 담당자는 “액면분할 직전 거액을 투자한 ‘큰손’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대부분 버텨냈다”며 “한때 손실이 컸지만 지금은 평균 15% 안팎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경제/오형주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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