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세금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이지만, 정반대로 나눠주는 데도 쓰인다. 근로장려금(EITC)이 그렇다.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소득에 비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세금을 환급해주는 형태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사람에게도 준다. 고소득층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저소득층에 주는 대표적인 제도인 셈이다.
2009년 도입된 EITC는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의욕 고취보다 ‘현금 나눠주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급 대상이 △단독가구(1300만원 미만→2000만원 미만) △홑벌이(2100만원 미만→3000만원 미만) △맞벌이(2500만원 미만→3600만원 미만) 등으로 확대되면서 총지급액이 2017년 1조2034억원에서 4조9552억원으로 네 배로 불어났다. 지급 대상도 166만 가구에서 388만 가구로 확대됐다. EITC 확대는 정부 세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EITC 지급액은 4조4975억원으로, 전체 국세 감면 예상액 51조9000억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EITC 지급 대상은 이미 선진국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 됐다”며 “대상자 확대보다 근로 유인 효과를 제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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