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경제에 미칠 타격을 막기 위해 올 연말까지로 예정된 전환(준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EU의 요구에 대해 영국은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만났다. 지난달 초 취임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존슨 총리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는 이날 만남에서 오는 12월 31일로 예정된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발표했다. EU는 별도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존슨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이날 오전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연설에서 “연말까지 EU와 영국이 포괄적인 합의를 이뤄내는 건 불가능하다”며 “올 연말까지로 예정된 전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관세와 쿼터(할당량)가 없는 새 파트너십을 영국에 제안할 예정”이라며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연내 협상하기는 어려운 만큼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이달 말 브렉시트를 단행할 계획이다.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영국과 EU 간 경제 분야에 당장 큰 변화는 없다. 영국은 EU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에서 공식 탈퇴하지만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는 잔류한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환기간은 양측이 합의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6월 말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환기간 내에 FTA 체결 없이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면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가 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