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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마르테 콘바디 CEO, 수감 중 맨몸 운동 경험 살려 감옥 콘셉트 피트니스 창업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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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뒷골목 중독자’였지만 이젠 ‘일 중독자’가 됐다.”

영국의 이브닝스탠더드지가 최근 피트니스업체 콘바디의 코스 마르테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한 얘기다. 마르테 CEO의 얘기는 드라마틱하다. 10대 후반에 대규모 마약 유통 조직을 이끌다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 있는 동안 살을 빼기 위해 운동법을 고안했고, 이를 토대로 체육관 하나를 시작했다. 이 체육관을 불과 몇 년 만에 회원 수만 명을 둔 피트니스 기업으로 키웠다.

○마약상 출신…감옥서 사업 아이템 찾아

마르테 CEO는 도미니카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미국 뉴욕 빈민가의 ‘마약 골목’에 사는 동안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13세 때부터는 크고작은 범죄에 연루돼 감옥을 들락거렸다. 10대 중반부터는 마약 거래에 손댔다. 처음엔 마약 배달부로 시작했지만 차츰 자체 유통망을 키웠다. 19세 때 연간 2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마약 유통 조직을 운영하다 연방경찰에 잡혔다. 이 일로 교도소 수감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독방 수감 중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마약 거래를 하는 동안 방탕한 생활을 했던 마르테 CEO는 당시 심각한 비만 상태였다. 교도소 의사는 그가 5년 내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보했다. 마르테 CEO는 ‘이제 이렇게는 살지 않겠다’며 독방에서 맨몸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삶을 반성하기도 했다. 반 년 만에 살을 30㎏ 넘게 빼자 다른 교도소 수감자들이 운동법을 가르쳐 달라며 모여들었다. 사업 가능성을 본 마르테 CEO는 교도소 수감 생활 중에 자신의 운동법을 90일간 프로그램으로 정리했다.

그는 2013년 말 가석방 출소 후 자신의 운동법을 토대로 피트니스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일단 고객층을 모으기 위해 게릴라 마케팅에 나섰다. 관심을 끌기 위해 거리 한복판에서 운동을 하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자신이 사는 동네 공원에도 매일같이 운동을 나갔다. 공원에서 만난 이들에게 자신의 다이어트법을 얘기하며 운동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점점 자신의 운동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기자 운동 교습 모임을 만들어 돈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이 늘어나자 그는 본격 사업에 나섰다. 전과자에게 선뜻 공간 임대를 해주려는 이들이 없었고, 가진 돈도 많지 않아 초반엔 어려움이 컸다. 스무 차례 이상 임대차 계약을 거절당한 뒤 간신히 자신이 마약을 팔던 빈민가 골목의 작은 스튜디오를 빌렸다.

스튜디오는 20명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좁고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마르테 CEO는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이용했다. ‘감옥식 운동을 하는 감옥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마련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체육관 이름도 ‘콘바디’로 지었다. 영어로 재소자를 일컫는 단어(convict)에 몸을 뜻하는 단어(body)를 합쳤다.

○SNS 트렌드 활용…감옥 콘셉트 입소문

콘바디는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을 탔다. 마르테 CEO는 체육관 시설에 철문과 창살 등을 들여 실제 감옥처럼 꾸몄다. 운동 프로그램도 ‘감옥 스타일’로 구성했다. 감옥이나 신병 훈련소 등에서 할 법한 맨몸 운동 위주다. 회원들이 단체로 빽빽하게 줄지어 선 채 운동을 하는 동안 트레이너가 옆에서 “더 제대로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겨냥한 공간도 마련했다. 콘바디 체육관 벽 한 쪽엔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을 찍는 공간을 연상시키는 키 측정자가 그려져 있다. 머그샷을 찍을 때 쓰는 식별판도 마련해 놨다. 독특한 경험을 자랑하고자 하는 회원들이 이 장소에서 콘바디 로고와 함께 자신의 운동 목표 등을 적어 머그샷 비슷한 사진을 찍고, 이를 자기 SNS에 공유했다.

마르테 CEO는 자신의 사연도 홍보에 십분 활용했다. 뚱뚱한 ‘마약왕’이 날렵한 CEO가 됐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콘바디가 2016년 첫 번째 체육관 문을 연 뒤 2년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천지 등 200개 이상 매체가 콘바디를 조명했다. 마르테 CEO는 미국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 플랫폼인 테드(TED)에도 나가 강연했다. 미국의 창업 예능 TV프로그램인 ‘샤크탱크’ 등 각종 창업 경연대회에서도 사업비 20만달러가량을 모금했다.

독특한 경험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열광하면서 사업이 점점 커졌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등 연예인들도 1 대 1 교습을 신청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각지에 콘바디 체육관이 생겼다. 작년 5월엔 영국에도 진출했다. 콘바디 체육관은 미국 뉴욕 맨해튼 명품 쇼핑거리인 5번가의 삭스피프스애비뉴 건물에도 체육관을 입점시켰다. 마르테 CEO는 운동복과 운동용품, 온라인 운동프로그램 시장으로도 사업을 넓혔다.

○사업 통해 전과자 사회화 노력도

마르테 CEO는 사업을 통해 전과자 교화에도 힘쓰고 있다. 콘바디의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엄격한 절차를 거쳐 채용된 전과자들이다. 전과자들이 일자리를 갖고 사회에 녹아들게 하려는 취지다. 마르테 CEO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감옥에서 풀려난 이들 중 76%가 다시 감옥으로 간다”며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적은 전과자들에게 일자리를 줘서 이 숫자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 정부나 수감자 교화를 위한 비영리단체 등과 협업하고 있다. 석방된 죄수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립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 대상 운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수감자들이 함께 운동을 하게 하면 교도소 내 범죄를 줄이고 교화 의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마르테 CEO는 운동 프로그램이 전과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회원들이 처음엔 트레이너가 전과자라는 점에 대해 긴장한다”며 “그러나 트레이너와 운동을 함께 하다 보면 점점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이를 통해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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