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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美·中 무역전쟁 이어 '디지털 통화패권' 戰雲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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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 100만 명 시위, 미국과 이란 간 전운(戰雲) 고조, 북한 신형무기 개발 압력 등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 공포지수(VIX) 등도 요동치고 있다. 각종 금융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 성향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재차 회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게임 체인지’ 여부가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경자년에는 세 가지 큰 전쟁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 결과에 따라서 2차 대전 이후 75년간 유지돼온 세계 경제 및 국제 금융질서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2014년 상반기 이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잠복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간 원유 패권 전쟁도 올해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회원국 탈퇴, 원유 생산량 감소, 재정 악화 등을 겪고 있는 OPEC은 유가를 무조건 끌어올려야 한다. 작년 12월 열린 ‘OPEC 플러스’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하루 원유 감산 규모를 170만 배럴로 대폭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 원유 감산량 170만 배럴은 1970~1980년대 원유시장 여건이라면 3차 오일 쇼크도 발생할 수 있는 큰 규모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취임 이후 말만 많았지 미국 국민의 표심을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하면 연임 가능성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문화가 체질화된 미국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는 휘발유 가격 수준이 대통령과 집권당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국제 유가 수준을 놓고 벌이는 OPEC과 미국 간 전쟁은 원유 패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중 무역전쟁과 마찬가지로 원유 패권 전쟁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연초부터 짙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연임을 학수고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유 패권전쟁 쉬 끝나지 않아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첫해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새로운 기축통화 전쟁이다. 중국은 올 상반기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발행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망이 담겨 있는 이 계획이 매년 3월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4월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전격 도입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위안화는 기존 가상화폐와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실물 화폐와 달리 그 자체적으로 가치(value)가 없는 화폐가 거래 수단, 가치 저장, 회계 단위 등과 같은 화폐의 3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정화(legal tender) 여부와 발행기관이 중요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직접 발행을 맡아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통용되는 위안화와 디지털 위안화를 1 대 1로 교환해 구권을 신권으로 교체할 때 단행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거래 단위 축소)’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를 시중은행에 예치한 위안화만큼 금융 소비자(고객)의 전자수첩에 넣어줘 사용토록 하는 결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국가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디지털 위안화' 4월 도입될 수도

디지털 위안화는 의외로 빨리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통제력이 강한 중국으로서는 내부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나라 밖으로도 세계 1위 수출대국으로 부상한 점을 감안하면 경상거래부터 디지털 위안화 결제 비중이 빨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바짝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권력까지 넘보는 아마존, 구글 등을 견제하기 위해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을 불허한 트럼프 정부의 방침과 관계없이 미국 중앙은행(Fed)도 디지털 통화 시대가 닥칠 것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대책반을 꾸려 준비해 왔다. 현재 통용되는 달러화와 별도로 ‘디지털 달러’를 언제든지 발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는 평가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영국은행 등도 마찬가지다.

脫달러화 현상 가속화될 듯

앞으로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돼 정착된다면 ‘금융위기 시스템이 없는(non system)’ 국제 통화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탈(脫)달러화 움직임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현재 통용되는 ‘달러화와 디지털 위안화’, 앞으로 도입될 ‘디지털 달러화와 디지털 위안화’ 간 2차원적인 기축통화 전쟁이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통화 시대가 전개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킹 효과와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통화 시대에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 안정’에만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변경, 유동성 조절 등과 같은 종전의 통화정책 수단도 무력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통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른 경제주체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전제로 한 중앙은행의 시장 선도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 간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과 중앙은행 총재의 위상,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interest system)는 약화가 불가피하다.

한국도 화폐정책 재검토해야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각국 국민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움과 복잡성’에 따른 위험이 증대되고, 화폐개혁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사 금융행위도 판을 치게 된다. 이런 환경에 맞춰 금융감독이 새로운 방식, 이를테면 옴니버스 방식 등으로 접근하지 못할 경우 각국 국민의 화폐 생활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닥칠 디지털 통화 시대에 맞춰 ‘디지털 원화’를 발행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중앙은행 목표 수정, 통화량 등 새로운 통화지표 개발,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 무력화 방지, 인과관계와 추적성이 중간인 표적변수 개발, 통화정책 관할 범위 확대, 통화정책 전달경로 유효성 점검, 경기예측력 제고, 리디노미네이션 단행 여부 등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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