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중순까지 새 아파트 청약이 중단되다시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파행으로 주택 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2월까지 청약시장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4월 15일) 전 한 달 동안도 분양에 나서기 어려워 ‘분양 절벽’ 사태가 4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연초 청약을 계획한 전국 6만 가구의 분양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건설업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청약 공백 장기화?
7일 국회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청약업무 이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명이 지난해 5월 개정안을 발의한 지 8개월째다. 정부는 2018년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청약업무를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키로 했다. 청약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국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취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됐다.
개정안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올 2월 1일부터 인터넷 청약 대행기관을 한국감정원으로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금융결제원은 지난달 17일부터 당첨 내역·경쟁률 조회를 제외한 청약 접수, 입주자 선정, 부적격 관리 등의 업무를 종료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주택청약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에 따라 1월 한 달 동안은 신규 입주자모집공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2월 초에도 청약업무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공포되기까지 1~2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청약시스템의 테스트 기간도 3주가량 필요하다”며 “이번주 내에 통과해야 예정대로 2월 초부터 청약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회 대치 상황을 봤을 때 청약 공백이 3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4월 총선도 변수
4월 총선도 분양시장의 변수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총선을 앞둔 한 달간은 아파트 분양에 나서지 않는 편이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분양 현수막을 걸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인터넷 포털에서 분양 광고가 차지하던 자리를 정치 광고에 뺏기게 되기 때문이다.
연초에 일정을 잡았던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3월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단지는 전국 6만5574가구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인 4월 이전 분양을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 시기 청약시스템 이관 지연과 총선이라는 장애물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한 중견 건설사 분양마케팅담당 임원은 “최소 총선 3주 전엔 분양을 피하려고 한다”며 “올해는 4월 분양가 상한제가 예정돼 있어 총선 두 달여 전에 분양하려던 업체가 많았는데 청약시스템 이관 지연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마케팅담당 임원도 “청약시스템 이관이 언제 될지 몰라 준비를 다해놓고도 청약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양 지연에 따른 막대한 금융비용을 걱정하는 업체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청약 공백을 막기 위해 국토부가 지정 기관을 재고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금융결제원이 임시로 청약업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결제원에 관련 청약업무를 강제할 권한이 없는 데다 금융결제원도 청약시스템 이관 재연기엔 협조할 뜻이 없다는 방침이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 금융결제원 등과 의견을 교환하는 중”이라며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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