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복직자들이 노사와의 일전을 예고했다. 쌍용차 노사가 46명 복직자에 대해 휴직을 연장, 유급휴직을 결정하면서다. 쌍용차 복직자들은 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쌍용차 노사의 결정을 규탄하며 "내달 6일 정상 출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쌍용차 노사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09년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해고자 119명에 대한 복직을 합의했다. 60%인 71명을 2018년 말까지, 나머지는 2019년 상반기 말까지 순차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해고자들의 복직이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복직 처리 후 6개월 무급휴직 기간을 가진 46명에 대한 부서배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24일 복직자 46명에 대해 휴직 연장을 합의했다. 부서배치와 업무 투입을 하는 대신 급여와 상여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에 들어가라는 내용이다. 그 외 처우는 재직자와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
◇ "차 조립하는 멋진 아빠 약속했는데"쌍용차 복직자들은 노사의 결정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한 복직자는 "쌍용자동차에 복직하고자 기존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평택으로 이사했다"며 "복직 일주일 전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복직이 무기한 연기된다고 일방통보를 당했다. 노사가 사기를 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복직자도 "자동차를 조립하는 멋진 아빠가 되겠다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1월 6일 46명이 전원 출근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법적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복직자들의 현장 배치를 위해 공장 내부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작년에 복직해서 공장에서 일하던 중에 소식을 들었다"며 "홍보물을 만들어 공장 안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호소하고 정문 앞에서 1인시위도 한다. 쌍용차 노조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면담도 요청했지만 노조는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사회단체들도 역성을 들고 나섰다. 김호균 금속노조 위원장은 "평택시에서 77일을 싸웠고 이후 10년을 더 싸웠다. 더 기다리라는 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쌍용차가 경영이 어렵다며 자구안을 만들었지만, 실상은 46명을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어떠한 법률보다 우선된다"며 "70%의 임금을 준다는 점이 더 가증스럽다. 문재인(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존 인력도 휴직…이해해달라"복직자들의 반발에 쌍용차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올해 7월 1일부로 복직은 이뤄졌고, 다른 직원들도 하는 유급휴직에 들어갈 뿐인데 이 정도로 반발할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또한 저조한 판매량에 공장 가동률도 떨어진 탓에 출근을 하더라도 일감이 없다며 복직자들에게 이해를 요청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 9월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 순환휴직에 들어갔고 임원 20% 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남은 임직원들도 성과급과 격려금 200%를 반납해 재원을 마련하는 상황"이라며 "일감 없는 공장에 출근하기보다 70%의 임금을 받으면서 쉬는 편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노사가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난달까지 올해 11만9876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7818대에 비해 생산량이 6.2% 줄어들었다. 티볼리, 코란도 등의 신차를 선보였지만 경쟁 차종들에 치여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차가 팔리지 않고 쌓이다보니 결국 둘 곳마저 부족해지니 지난 7월에는 공장을 멈추기도 했다. 당시 쌍용차 생산직 직원들은 임금의 70%만 받는 임시휴업을 가졌다.
자금사정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쌍용차는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데, 올해들어 1분기 278억원, 2분기 491억원, 3분기 1052억원으로 그 폭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 부채비율은 285%를 넘어섰다. 쌍용차 노조가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쌍용차 생산량이 14만대를 밑돌 전망"이라며 "쌍용차가 현 인력을 유지하려면 연 18만대를 생산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에 비하면 46명이 적어 보이지만, 이미 한계 상황에 닥친 쌍용차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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