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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안하고 잔혹한 연말 가요시상식, 권위도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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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나다. 연말을 맞아 공중파 방송 3개사가 제각각 가요시상식을 마련했지만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레드벨벳의 웬디가 부상을 당하고 에이핑크의 무대가 중간에 중단됐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썽이다. 카메라, 음향 사고는 공공연하고 이제는 주요 출연진인 가수를 홀대한다는 원망까지 사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한 방송국을 통해 송출되지만, 가요계는 다르다. 어느 방송국이든 관계없이 출연하다보니 연말에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에 참석한 출연자들은 겹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에게도 연말 가요 시상식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시상식은 날짜만 다를 뿐 출연진과 노래가 별반 다를게 없어졌다. 연말 가요 시상식의 시청률이 한자릿수인 와중에 매년 하락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송 3사는 사전녹화와 생방송을 겸하면서 수백 명의 가수들과 스텝진을 한꺼번에 동원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국에서는 특별한 무대나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가수들도 이를 위해 길게는 수개월을 연습하곤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사후조치인 사과부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 에이핑크는 댄스 인트로와 함께 미니 8집 '퍼센트'(PERCENT) 타이틀곡 '%%'(응응) 무대를 펼쳤다. 곡 말미에도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무대가 마무리됐다. 리더인 박초롱을 비롯해 손나은, 정은지 등이 멤버들이 SNS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퍼포먼스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하면서 팬들은 동요했다.

이처럼 방송중단 사고가 공론화되자 KBS는 진화에 나섰다. 권용택 책임프로듀서(CP)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에이핑크 공연이 예정과 달리 끝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에이핑크와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에이핑크 무대는 생방송 중 제작진의 단순실수이긴 했지만 더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기에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출연진이 다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지난 25일 '2019 SBS 가요대전'의 리허설 도중 레드벨벳 멤버인 웬디가 2m가 넘는 리프트에서 떨어졌다. SBS 측이 리허설 중 형광 마킹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웬디는 추락 사고로 얼굴 광대뼈, 오른쪽 골반과 손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최소 전치 6주에 달하는 중상으로 알려져 신곡 '사이코(pshcho)' 활동도 불투명한 상태다.

SBS는 3줄 뿐인 사과문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차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SBS측은 "부상을 당한 웬디는 물론 가족과 레드벨벳 멤버, 팬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고와 관련,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SBS는 내부조사에 착수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향후에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요즘은 '구독경제'의 시대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선택을 통해 원하는 것만 먹고 보고 즐기는 시대다. 유튜브 열풍도 이러한 구독과도 맞물려 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의 유튜브나 SNS를 즐겨보고 팬클럽과 소통하기를 즐겨하는 시대다. 백화점 식으로 가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유행가'를 모두 따라 부르는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명분이 없어진 가요시상식은 권위가 없어진 지도 오래다. 과거 2005년 가수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MBC가 가요제를 취소한 적이 있었다. 당시 활발히 논의됐던 얘기가 '통합 가요제'였다. 미국의 ‘그래미 어워즈’나 영국의 ‘브릿 어워즈’, 일본의 ‘홍백가합전’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영화계만 하더라도 청룡영화제나 대종상이 있듯이 말이다.

아이돌 일색이라고 한 때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가요계는 K-POP이라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세계 속에서 이제야 제대로 꽃피고 있는 K-POP이 방송국의 부주의와 무리한 요구 때문에 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이제야 말로 세계 속에 자리잡고 있는 K-POP의 위상을 통합 시상식으로 높여줘야할 시기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한 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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