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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 무대 끊은 KBS '가요대축제', 스스로 말아먹은 '축제'의 의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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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 그룹 에이핑크의 무대가 중간에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모두의 축제'를 공언했던 KBS의 황당한 진행에 아티스트는 물론, 많은 팬들이 속상함을 껴안게 됐다.

에이핑크는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KBS 가요대축제' 무대에 올랐다.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 에이핑크는 인트로를 포함해 올해 초 발표한 '%%(응응)' 무대를 선보였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는 에이핑크는 이날 전 멤버가 모여 두터운 내공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을 펼쳤다. 많은 팬들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연말 시상식 자리인 만큼, 다수의 댄서들과 합을 맞추며 평소와는 색다른 구성으로 시선을 끌었다.

문제는 엔딩이었다. 에이핑크는 댄서들과 함께 30초 가량의 댄스 브레이크를 준비했다. 멤버들이 무대 전면부에 위치해 있다가 중앙부에 있는 댄서를 돌아보고 그에게 다가가 퍼포먼스를 마무리 짓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상식에서 이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갑자기 스테이지 후방부 스크린이 다른 가수의 무대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황급히 공연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뒤를 돌아보는 손나은의 뒤통수로 에이핑크의 무대가 끝나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앞선 타 아티스트들의 무대에서 촬영 카메라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메인 멤버를 잡지 않는 등 불편한 구도를 잡아왔기에 이 또한 이른바 '발카메라' 문제인가 싶었으나 쏟아지는 현장 팬들의 증언으로 무대가 중간에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는 영상에는 공연 중 잘못된 화면 전환으로 멤버들이 당황한 기색을 한 채 무대 위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한 여성 스태프가 무대에 올라 에이핑크 및 댄서들에게 손짓을 하며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

'2019 KBS 가요대축제'의 에이핑크 홀대 문제가 무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팬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에이핑크 팬들은 KBS에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개최 당일에는 주최 측 사정으로 리허설조차 하지 못했다. 생방송 전 진행된 레드카펫 포토월 행사에서도 예정된 스케줄이 딜레이 됐다는 이유로 에이핑크의 포토타임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9 KBS 가요대축제'는 시상식이 개최되기 전 총 24개 팀, 150여 명의 K팝 스타가 총출동한다며 "전 연령층,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연말의 확실한 행복을 선사할 '가요 대축제'에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홍보했다.

확실한 행복과 축제 분위기를 약속했던 게 무색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연말 가요 시상식은 한 해를 마감하며 1년 간 K팝을 빛낸 아티스트들이 모여 팬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다. 축제의 의미가 가미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대 받은 아티스트들은 큰 사랑을 준 팬들에게 보다 새롭고 멋진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시상식용' 무대를 연습하며 땀을 흘린다.

시상식을 마친 후 손나은은 자신의 SNS에 "이번 연말은 여러모로 참 속상한 일들이 많은 연말이다. 열심히 준비한 무대 끝까지 다 못 보여드려서 속상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준비하느라 고생한 멤버들, 프리마인드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부터, 아니 어제 사전 녹화부터 고생한 우리 스태프들 수고 많았다. 우리 무대 기다려주고 응원해 준 판다(공식 팬클럽명)들 고맙다"고 적었다.

이어 "모두가 함께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모든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무대 앞으로는 안전하게, 공평하게,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묵직한 일침을 가했다.


정은지 역시 "연말마다 성대한 무대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해주신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항상 감사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관객석을 채워주시는 팬분들, 그 무대를 열정과 땀으로 준비해서 보여주시는 모든 아티스트 분들의 무대가 늘 존중받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박초롱도 28일 오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늘은 사고였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연말 무대이다 보니 이것 저것 정신없지 않냐"라면서도 "솔직히 말해서 연말 무대에 나가는 건 100% 팬들 때문이다. 팬분들한테 무대 하나라도 더 남겨드리고 싶어서 나가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짧다. 그 안에 저희 무대를 보여드려야 하는 거고, 그런데 완곡은 할 수 없어 이것 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BS는 권용택 책임 프로듀서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냈다. 권 책임 프로듀서는 "연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팬들을 위해 밤낮 없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저희의 실수로 빛이 바래진 데 대해 멤버들과 팬들의 다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카메라 리허설 도중 천장에 매단 영상장치에 문제가 생겨 리허설이 한 시간 이상 지체됐다. 무대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입장 개시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공연운영팀의 요청에 따라 제작책임자로서 일부 카메라 리허설을 생략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에이핑크 무대는 생방송 중 제작진의 단순 실수이긴 했지만 더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기에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 제작과정의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과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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