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산타랠리 축포’가 터졌다.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26일(현지시간) 또다시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지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 등 기술주 선전 속에 작년 저점이던 12월 24일부터 따지면 1년여 만에 45.7% 폭등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로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경기 개선 움직임이 뚜렷해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무역합의로 기술주 초강세
나스닥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9.51포인트(0.78%) 오른 9022.3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0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닷컴버블’ 때인 1998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8월 27일 8000선을 넘어선 이후 16개월 만에 9000선에 올랐다. 이날 다우지수는 0.37% 상승한 28,621.39, S&P500지수는 0.51% 오른 3239.91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 강세의 배경으로 미 경제에 대한 신뢰와 미·중 합의를 꼽았다. 미 경제가 50년 내 최저 실업률(3.5%)과 강력한 소비를 바탕으로 확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중 합의로 경기와 기업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22만2000명으로 2주 연속 감소했다. 연말 소비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11월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미국의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8800억달러에 달했다. 이날 아마존은 11월 시작된 연말 쇼핑철에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밝혀 4.45% 급등했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스 수석시장전략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저금리 자금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도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10년 강세장을 이끌어온 기술주들은 지난 10월 미·중 합의가 발표된 뒤 다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2700여 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48%가 기술주다. 특히 MS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 등 5개사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들 모두 급등했다. MS는 올해 56% 올랐고 애플 83%, 페이스북 58%, 알파벳(C주) 31%, 아마존은 23% 올랐다. 반도체 업종에서도 AMD가 85%, 램리서치는 67.4% 상승했다.
당분간 추가 상승 전망
월가에선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파이퍼 제프리는 내년 말 S&P500지수가 36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보다 11% 더 오를 것이란 예측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3425,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3400으로 예상한다. 크리스 럽키 MUF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며 “경제도 지속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3년간 주가 상승률이 역대 대통령 평균치의 두 배를 넘는다는 CNBC 보도를 리트윗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S&P500지수는 50% 이상 올랐다. 이는 1928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의 집권 첫 3년치 평균 상승폭 23%를 훌쩍 넘는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감세는 기업 이익 증가와 막대한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뉴욕증시가 계속 상승해온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Fed는 지난 7~10월 세 번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10월부터는 채권 매입을 재개하는 등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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