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통&서비스BU(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송용덕 부회장(사진)이 롯데지주 대표에 내정됐다.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를 이끌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송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기존 대표인 황 부회장은 연임됐다. 황각규 ‘원톱’ 체제에서 황각규-송용덕 ‘투톱’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롯데지주 대표는 신동빈 회장, 황 부회장 두 명에서 송 부회장이 합류해 세 명으로 늘게 됐다.
송 부회장은 롯데호텔이 처음 문을 연 1979년 호텔리어로 입사, 그룹 부회장에까지 오르게 됐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컴플라이언스, 감사 등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빈의 남자' 송용덕…황각규와 '다른 각'으로 롯데 챙긴다
롯데지주 투톱체제로
롯데는 2016년 10월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영권 분쟁, 검찰수사 등으로 그룹이 위기에 처한 때였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폐지, 계열사 책임경영, 지배구조 투명화 등이 쇄신안의 핵심 내용이었다. 19일 있을 롯데그룹 인사에서 지주 대표를 맡게 된 송용덕 부회장(64)은 이 안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호텔 대표였던 그는 쇄신안을 컨설팅한 맥킨지, 법률자문을 한 김앤장 등을 오가며 신동빈 롯데 회장과 긴밀하게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정책본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자기 손으로 자기 조직을 없앨 수는 없어 송 부회장에게 이 일이 주어졌다. 롯데 관계자는 “당시 송 부회장의 원활한 일처리 능력, 몸에 밴 겸손함 등을 신 회장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며 “이때 쌓인 신뢰가 지금까지 이어져 롯데지주에서 더욱 많은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기존 롯데지주 대표인 황각규 부회장(64)과 입사연도(1979년)만 같을 뿐 여러모로 ‘다른 길’을 걸었다.
황 부회장은 그룹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옛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에서 1990년 신 회장을 직장 상사로 처음 맞았다. 1995년 신 회장과 함께 그룹 기획조정실로 옮긴 뒤부터 인수합병(M&A), 해외 진출, 사업 확장,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의 굵직한 업무를 했다. 2017년 10월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출범했을 때 신 회장과 함께 ‘초대’ 대표에도 올랐다.
송 부회장은 달랐다. 그는 롯데호텔 인사팀으로 입사한 뒤 줄곧 호텔에만 있었다. 맨몸으로 하나하나 경험하며 밑바닥부터 노하우를 쌓았다. 영업부터 마케팅, 판촉, 총지배인, 해외사업 등 호텔 업무는 안 해본 것이 없는 호텔리어다. 2012년 롯데호텔 최초로 내부 출신 대표로 깜짝 발탁됐다. 오랜 기간 호텔리어로 경력을 쌓아 직원들의 신뢰가 두텁다. 황 부회장이 ‘전략가’라면 송 부회장은 ‘현장에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송 부회장이 롯데지주 각자대표를 맡게 되면서 황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일을 나눈다. 송 부회장은 인사, 재무, 감사 등 그룹 내부의 일을 주로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은 M&A, 해외사업, 커뮤니케이션 등 대외 업무에 주력할 전망이다. 롯데기업문화위원장, 한·인니동반자협의회 이사장 등 황 부회장이 기존에 맡고 있던 직책은 유지하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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