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사진)가 끝내 북한으로부터 공개 회동 제안에 대한 답신을 받지 못했다. 그는 17일 오후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했다.
비건 지명자는 전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브리핑룸에서 열린 약식 회견에서 “이제 우리의 일을 할 시간이다. 우리는 여기(서울)에 있고 당신들(북한)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알고 있다”며 북한에 판문점 접촉을 제안했다.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북 정상의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목표에 데드라인(시한)을 두지 않는다”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건 지명자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비건 지명자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조세영 외교부 1차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만났다. 방한 마지막날인 17일 오전 외교·안보 관계기관을 방문하고, 연세대에서 비공개 강의를 했다. 북한에서 회동과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출국을 미룰 가능성도 한때 제기됐지만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응하면서 빈손으로 떠났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 만난 뒤 1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날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내년에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핵 협상 기류가 비핵화보다 현 수준에서 봉합하고자 하는 핵군축 양상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은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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