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파업 깃발을 든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 강행으로 수출 물량 배정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한 결과 재적 인원 2059명 기준 66.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1939명이 투표에 참여해 1363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르노삼성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에 대해 이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르면 이달 부분파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업 계획을 세워놨다”며 “조만간 대의원대회를 열고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기본급을 12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회사보다 임금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부산공장의 1인당 인건비 수준이 세계 르노그룹 공장 중 가장 높기 때문에 더 올릴 수 없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생산절벽’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올해 초 수출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자 결정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르노삼성이 가장 선호했던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 배정은 물 건너갔다. 르노삼성은 대안으로 크로스오버차량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따내려 했지만, 르노 본사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노사 관계가 불안정한 부산공장에 대규모 물량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XM3 수출 물량을 뺏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 물량 확보 실패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량 부족으로 근무방식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 감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르노 본사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며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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