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는 ‘어르신 공로수당’이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을 지역 상품권 형식으로 지급한다. 시행 첫해인 올해 156억원을 썼고 내년에는 16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관계 법령 및 시행령에 위배된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새 복지정책 시행 시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르신 공로수당은 지난해 10월 사회보장위에 제출됐지만 만 1년이 넘도록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중구는 올해 사업을 시행한 데 이어 내년 사업 실행 채비까지 갖췄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법 시행령을 근거로 해당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초연금과 비슷한 별도의 사업을 지자체 등이 하지 못하게 규정됐다. 월 25만~30만원의 돈을 노인의 70%에 나눠주는 기초연금의 예산 집행 효율성을 높이고 비슷한 시혜성 사업 확대를 막기 위해서다. 어르신 공로수당의 사업 대상과 내용이 기초연금과 사실상 일치해 중구에 거주하는 노인들만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더 받는 셈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사업의 제동을 걸 장치는 없다. 복지부 담당자는 “형식적이라도 사회보장위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위 관계자는 “협의를 끝내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못하게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했다.
중구의 ‘복지 독주’에 성동구와 서대문구 등 다른 기초지자체장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구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서다. 무상교복과 출산수당 등을 합하면 한 가구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 차이는 최대 연 350만원에 이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현금성 복지로 지자체가 경쟁을 시작하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소득보장 성격의 현금복지는 중앙에서 일괄 부담하고 지자체는 서비스와 시스템 경쟁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 7월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 출범에 앞장서며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시혜성 복지를 조정할 기틀을 마련했다. 202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중구는 응하지 않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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