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왜 20일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을까요. 왜 대만과 일본 주식은 사면서 한국물은 팔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런 식의 매도 행렬이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원을 다시 돌파할까요?
최근 기자가 한국으로부터 듣는 가장 많은 질문입니다.
뉴욕에서 한국물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업계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소문해보았습니다.
일단 판단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지난 주 추수감사절 전후로 많은 뉴욕 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 한국물에 대한 주문 자체가 굉장히 줄어든 상태이거든요.
그래서 현재 한국물 매매 주문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법인에서 많은 부분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에 대해 나오는 분석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단기적 요인 몇가지가 겹쳐서 한국에서 돈을 빼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우선 MSCI 이머징 마켓 지수에서의 지속적인 한국 비중 축소가 꼽힙니다. 한국 기업들의 매력이 감소하고 중국 기업은 약진하면서 MSCI내에서의 한국 비중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도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연말 북 클로징 전에 '프라핏 테이킹'(Profit taking)을 위해 팔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투자금 확보 차원에서 한국 자산 일부를 정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사우디 아람코의 회사 가치는 약 1조7000억달러 규모로 이번에 공모 금액만 250억달러가 넘기 때문입니다.
환율도 매도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원화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팔고 나오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의 한 환트레이더는 “한국의 원화는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원인으로 “워낙 한국 국내에 달러 수요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연기금, 보험사, 증권사 등의 해외 투자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매년 수십조씩 돈이 쌓이고 있는 연기금은 해외 투자액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두달 새에도 십여 곳 이상의 한국계 투자자들이 월가를 돌아다니며 투자할 곳을 수소문하며 돌아다녔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 투자할 데가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가져가 환전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한국 자산에 대해 중장기 자산 배분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 경제를 나쁘게 봐서 돈을 빼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엔 한국의 정치적 위험도 포함됩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증가하고 있고, 북핵 해결의 뾰족한 답은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 뉴욕의 거물 투자자는 “한국전 때 미국은 수많은 젊은이를 보내 한국을 지켜주고 북한 중국과 싸웠다. 그런데 왜 한국의 현 정부는 미국보다 북한, 중국과 더 가까워지려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물을 다 매도하는 게 아니라 대만, 일본물은 사는데 한국물은 팔고 있다는 게 찜찜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12월초는 이런 캐피털 엘로케이션(Capital allocation)을 많이 하는 시즌은 아닙니다. 통상 휴가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내년 1~2월에 조정을 많이 합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많은 돈을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