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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말뿐인 규제개혁, 방향전환 진정성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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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란 전문 용어가 있다. 정치권력과 경제는 뗄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우파 정당은 시장경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산업 활성화 정책에 몰두하는 반면 좌파 정당은 노동 세력에 의지하기 때문에 노동친화 정책에 의존한다. 현 정부는 탄핵정국을 주도한 노동 세력과 일부 옹호단체에 신세진 탓인지 친(親)노동 경제정책에 집착해왔다. 그동안 추진해온 재벌기업 압박,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유연성 폐기, 탄력근무제 배격 등은 현 정부 정치경제의 현주소다.

결과는 참담하다. 기업 세력과 노동 세력의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은 죄인 다루듯 하고, 노동 세력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탓이다. 김대중 정부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두 축으로 내세웠고, 노무현 정부도 이렇게 심하게 한쪽 편의 말만 듣지는 않았다. 노동 세력과 일부 옹호단체에 ‘포획’됐기 때문이 아닌가.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현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에 수십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고, 규제개혁이란 카드도 꺼내들었지만 경제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규제개혁 정책은 억지춘향 격이다. 사실 친노동 정책은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편적 규제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오히려 대기업 길들이기 규제를 지금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규제개혁은 친시장 마인드, 적어도 권력에 의한 기업 압박은 하지 않아야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갑자기 규제개혁이다, 규제샌드박스다 내세우고 있지만 잘 통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인 데다 전문성과 진정성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투자는 저조하고, 경제 성적은 낙제점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친노동·반기업 정책을 다소 수정하고는 있다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정책 변화를 시장이 받아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라는 해묵은 카드를 다시 꺼내 써보지만 소리만 요란하지 성과는 미흡하다. 그마저도 ‘조건부’ 완화·승인에 머물러 규제샌드박스의 의미만 퇴색되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이 현 정권의 편파적 정치경제 시각, 조급한 성과 추구, 비전문가 인사, 무비판적 집단사고, 고집스러운 자화자찬의 결과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정책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진정성의 척도는 비판에 대한 겸허한 수용과 실천이다. 특히 실천이 중요하다. 둘째, 충성파가 아니라 관록 있는 정책 전문가를 핵심 요직에 앉히고 자율권을 줘야 한다. 비전문가를 공직 요처에 박아 놓고 정책을 흔들면 안 된다. 셋째, 잠시 국민의 눈을 현혹하는 수사적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정부 고유 사업을 우선하면서 혁신 이슈를 그 안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유능한 공무원을 활용해야 한다. 넷째, 경제정책 전반을 개관하면서 시장·기업·노동·민생 부문의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추진하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이제 현 정부의 시간도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1년여의 레임덕 기간을 감안하면 1년 반 정도밖에는 시간이 없다.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다가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 것이다. 그동안은 ‘탄핵 착시효과’에 힘입어 적폐 청산 이슈, 남북한 이슈로 경제 실정을 그럭저럭 덮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쉬 넘어가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찾아가 투자를 요청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편파적 정치경제 시각, 단기 과시주의, 비전문성을 걷어내야 한다. 정책 비판에 귀 기울이고, 진정성 있게 정책 방향을 트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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