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이 29일 지난 4월 취임 후 첫 그룹 임원 인사를 했다. 50대 최고경영자(CEO)를 대한항공과 (주)한진 등 핵심 계열사에 배치했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임원 수를 20% 이상 줄였다. 40대 총수인 조 회장이 세대교체를 앞세워 ‘뉴 한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이날 창립(1969년 3월 1일) 5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대한항공 50년사’ 편찬 기념식에서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항공을 만들어나가자”고 말해 그룹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인사명단 A23면50대 CEO로 물갈이한진그룹은 이날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57)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우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에 입사해 미주지역본부장과 여객사업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부터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택배 등 물류사업 계열사인 (주)한진 대표이사엔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55)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노 부사장은 부산대 무역학과를 나와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에서 영업을 맡아온 물류 사업 전문가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에서 지상조업 업무를 하는 한국공항 대표이사엔 유종석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전무(59)가 내정됐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유 전무는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환경·건설·관리 분야에서 일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정착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을 보좌하며 ‘가신(家臣)’ 역할을 했던 서용원 (주)한진 사장(70)과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70)은 퇴임했다. ‘한진 그룹의 2인자’로 불리며 조 회장과 함께 그룹경영을 총괄했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64)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석 부회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는 계속 맡는다. 한진칼 2대주주(15.98%)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KCGI(강성부 펀드)와의 분쟁이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관심을 모았던 조 회장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의 경영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직급 거품 빼고…임원 줄여한진그룹은 임원 직위체계를 단순화하고 임원 수를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도 했다.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였던 임원 직위를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줄였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108명에 달했던 임원 수를 79명(사임 18명, 계열사 전출 11명)으로 20% 넘게 줄였다. 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석(PGM)을 신설해 임원 후보군 17명을 선발했다.
대한항공은 일본 여행 불매운동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물 운송량 감소, 원·달러 환율 상승 등 3중고 탓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2016년 1조원을 웃돌던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올 들어 1600억원대(1~9월)까지 떨어지면서 3년 만에 10분의 1토막이 났다. 조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