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서울에서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해 집주인의 방을 빌려 쓰면 불법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빌리면 합법이다. 도시에서의 숙박공유는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가능하게 한 관광진흥법과 그 시행령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글로벌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21일 출입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9월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데 이어서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전세계 191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규정이 있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제도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유숙박업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에어비엔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안은 최대 영업 일수를 연간 180일로 제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개선안에 따르면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영업 일수의 제한이 없는 현행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대신 180일만 영업 가능한 ‘공유민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수입이 반 토막이 나니 기존의 호스트(집주인)가 등록 업종을 변경할 유인이 적다. 정부의 제도 개선안이 언제 적용될지도 미지수다. 근거가 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빈집을 숙박업에 활용할 수 없게 하는 현행 규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에 따르면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실거주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농어촌에 남아도는 빈집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집 공유 서비스를 내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다자요’는 지난 7월 사업을 접었다. 대표는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려갔고 집을 빌려준 소유주들은 행정 지도를 받았다. 농어촌 지역 거주자만 농어촌민박업을 등록할 수 있다는 ‘농어촌정비법’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 11~12일 진행한 ‘6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지만 사업 길이 언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빈집을 활용한 숙박공유 서비스는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도시에서 규제를 풀기 어렵다면 농어촌 지역에서만이라도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