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문모씨는 지난 7월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했다. 경북 울진군의 민주당 의원이던 정모씨도 같은 달 한국전력기술 감사가 됐다. 이들은 공항이나 전력 관련 전문성이 없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는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비전문가를 보은 인사 차원에서 공공기관에 꽂아 넣으면서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 현황’(8월 말 기준) 자료를 보면 전체 공공기관 347곳에서 515명이 ‘정치적 이유’로 공공기관 고위직으로 취업했다. 현 정부에서 임명한 2799명의 임원 중 18.4%다. 같은 기준으로 분석한 작년 말(434명)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81명 늘어났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 전체 임원 중 6%가 해당 기관에 대한 이해도 및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정치권 출신 기관장 18명 중 13명(72%)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또는 민주당 출신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민주당 정책실장을 지낸 윤태진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이사장,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낙하산 인사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해당 분야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는 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인물 △경력 관리가 필요한 지역 정치인 △해당 기관의 설립 목적과 오히려 정반대되는 성향의 인물 등이다. 탈원전을 주장해온 인물을 원전 관련 업체 임원으로 선임하는 식이다.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과정도 민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의 상임감사는 대전지역 정치인들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의 김명경 감사는 대전시의원 출신이다. 감사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기본 인적사항을 담은 입사지원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내년 4월 총선 직후엔 이런 낙하산 인사가 더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당 경선과 총선에서 떨어진 인사들을 챙겨줘야 할 필요성이 높아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거 선임했던 공기업 임원(임기 2~3년)의 물갈이 시기와도 맞물린다. 한 대형 공기업 관계자는 “최고위 간부들이 보통 외부 인사로 채워지는 데다 내부에서도 임원으로 승진하려면 정치권에 줄을 대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일찌감치 임원 승진을 포기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추구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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