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이달 예정됐던 양국 간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한 이유로는 미·북 실무협상과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첫손에 꼽힌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한 뒤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는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연합공중)훈련을 언제 다시 시작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공조·협조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회담 기한을 연말로 제시한 만큼 연합공중훈련은 올해 안엔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도 ‘북한 눈치 보기’란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2015년부터 매년 12월 연례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했지만 지난해엔 이를 유예하고 각각 단독훈련을 했다.
연합공중훈련 조정은 지난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시사됐다. 에스퍼 장관은 당시 “외교적 노력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연합공중훈련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2년 만에 참관했다. 조선중앙TV는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가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하며 김정은의 참관 영상을 공개했다. 전투비행술경기대회는 북한 공군에서 개최하는 일종의 에어쇼다. 2014년 김정은의 지시로 처음 시작됐고 2017년까지 해마다 열렸지만, 지난해엔 대회 개최 보도가 없었다. 김정은의 이번 행보는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함과 동시에 미국에 대한 초조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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